[횡설수설/황호택]공대 여학생

  • 입력 2006년 5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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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조종사, 자동차 경주 드라이버, 항공 관제사, 당구 선수, 보험수학 전문가, 건축가, 회계사…. 공간 감각이나 수리 계산과 관련된 직업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여성이 과소(過少) 대표되고 있는 직업이다. 비행기 조종실에 근무하는 사람의 98%가 남성이다. 이러한 통계는 뇌구조의 차이로 남성이 잘하는 분야와 여성이 잘하는 분야가 존재한다는 논리를 뒷받침한다.

▷최근 6년 동안 서울대에서 여학생 비율 꼴찌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는 대학이 공대다. 2000학년도 입시에서 공대의 여학생 합격자 비율은 13%였고 2002학년도에는 한 자릿수까지 내려갔다가 2005학년도에는 15.1%였다. 간호대 다음으로 여학생 비율이 높은 대학은 생활대 음대 미대 사범대 약대 순. 여학생들의 인기를 못 끄는 대학은 공대 다음으로 자연대 경영대 순이다. 모두 과학이나 수리와 관련된 대학이다.

▷과학 공학 분야에 여성이 적은 이유가 태생적 차이 때문이냐, 사회화(社會化)의 결과냐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페미니스트들은 어릴 때부터 사내아이는 다리를 건설하도록 사회화되고 여자아이는 인형놀이를 하도록 사회화된다고 말한다. 거기에도 진실이 들어 있다. 공대에 들어가고 싶은데 부모가 반대해 고민하는 여학생도 꽤 많다. 과학 수학에서 뛰어난 잠재능력을 가진 여성을 가두어 놓는 사회적 편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남성이 과학 공학을 잘한다는 것은 평균값을 의미할 뿐인데도.

▷서울대 공대가 여성 졸업생 1000명 돌파를 기념해 ‘여성 동문 홈커밍 대회’를 열었다. 이들이 학교 다닐 때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여자가 공대엔 왜 왔니”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남성이 정책 결정과 연구를 주도한 시대에는 과학 공학을 공격, 개발, 파괴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다수 여성이 정책 결정과 연구에 참여하게 되면 과학 공학은 공격보다 평화를, 개발보다 조화를, 파괴보다 치유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과학철학자들은 말한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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