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리실 규제개혁단 20개월의 공허한 실적

  • 입력 200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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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출범해 올 8월 활동을 마감하는 국무총리실 규제개혁기획단이 전략과제 35개 중 이행을 완료한 것은 민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활성화 1개뿐이라고 한다. 민간인을 포함해 54명의 인력이 33억 원의 예산을 배정받아 20개월간 이루어낸 성과다. 역대 어느 총리보다 실세(實勢)였고 개혁적이라던 이해찬 총리 시절에 이 정도였으니 ‘규제 정부’의 진면목을 알 만하다.

총리실은 “덩어리 규제의 개혁 마무리를 기준으로 이행 여부를 따진 것이며, 개별 이행률은 평균 56%”라고 해명했지만 그래도 미흡하다. 특히 건설산업 규제와 4대 영향평가제도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산업 규제, 표시 및 광고 규제, 산업단지 규제의 개혁은 10%도 이행되지 않았다.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경찰청 방송위원회 등 4곳의 규제개혁 이행률은 25% 미만이다.

총리실은 실적이 부진한 원인을 부처 이기주의 등에서 찾고 있다. 실제로 공무원들은 ‘행정권력’ 기득권을 좀처럼 놓지 않으려 한다.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은 “통신산업 재도약을 위해 융합서비스 활성화가 필요하며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통부도 방송위와 인터넷TV 관할권 다툼을 벌이느라 이 서비스를 지연시키고 있는 한쪽 당사자다.

노무현 정부는 ‘작은 정부’를 추구하며 규제를 줄이기는커녕 ‘일하는 정부’를 내세우며 공무원 수를 늘려 규제를 키웠다. 3년간 공무원은 2만5000명 늘어났고 행정규제 건수는 2003년 2월 7778건에서 현재 8043건으로 많아졌다. 규제도 일이라면 일이지만 공무원들이 이런 일을 많이 할수록 기업과 경제는 위축되고 만다. 규제 때문에 국내투자 기피현상이 심해지는 현실이 이를 말해 준다.

규제 업무를 위해 더 많은 세금을 써가며 공무원을 늘려 놓으면 이들은 밥값 한답시고 또 다른 규제들을 개발하는 악순환이 빚어진다. 민간은 이를 피해가느라 비용을 더 쓸 수밖에 없고 민간경제 활성화는 더 멀어진다. 노 대통령이 만들고 있는 ‘큰 정부’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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