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꼬마 차떼기黨’ 민주당

  • 입력 2006년 4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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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조재환 사무총장이 그제 밤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지방선거 공천 청탁을 받으면서 현금 2억 원씩이 든 사과상자 2개를 함께 받아 승용차에 싣고 떠나다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돈을 건넨 사람은 전북 김제시장에 출마하려는 최낙도 전 국회의원이었다.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이 연상된다. 그에 비하면 액수가 훨씬 적으니 ‘꼬마 차떼기’라고나 해야 할까.

민주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한나라당을 ‘차떼기 정당’이라고 부르며 부도덕성을 규탄해 왔다. 2002년 노무현 캠프의 불법 선거자금에 대해서도 자신들은 거리낄 게 없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당의 사무총장이라는 사람이 썩은 냄새가 풀풀 나는 돈상자를 싣고 도망치듯 호텔을 빠져나가다 덜미가 잡혔으니 이율배반(二律背反)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차떼기’ 현장 체포는 결정적 제보(提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은밀하게 공천 헌금을 주고받아 ‘무사히’ 넘어간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민주당 강세 지역인 호남에서 거액의 공천 헌금이 오가고 있다는 얘기가 적지 않게 나돌았다. 일부 현역 의원과 당원협의회장들이 ‘국고 보조가 부족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중앙당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돈을 받아서는 개인적으로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조 총장만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공천 장사’는 특정 정당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경우 이미 검찰에 고발된 김덕룡 박성범 의원 외에 다른 사람들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일부 시도당이 공천 신청자들에게 특별당비를 요구했다. ‘공천 장사’와 다를 바 없는 행태다.

지방선거가 중앙 정치인들의 불법 정치자금 조달 창구로 전락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돈 공천에 연루된 당내 사람들을 가차 없이 추방해 자기 정화(淨化) 의지를 보여야 한다. 정치판을 오염시키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 정당공천제도는 궁극적으로 폐지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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