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FTA 반대, 가발이나 만들며 살자는 건가

  • 입력 2006년 4월 17일 03시 03분


대졸, 대학원졸 고학력 실업자가 지난달 말 32만9700명으로 사상 최대였다. 한 달 전보다 2만6000명이나 증가한 규모다. 고학력과 좋은 일자리의 불일치가 심화돼 온 탓이다.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자 비율은 2004년 31.2%에서 2015년 43.7%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학력 실업을 줄이려면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산업을 더 본격적으로 육성하는 일이 긴요하다.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좋은 일자리는 주로 서비스 분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도 정보 관련업, 전문가 서비스업, 금융보험업 등 전문지식에 기반을 둔 서비스업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주도했다. 미국 서비스산업의 노동생산성은 한국의 두 배에 가깝다. 미국의 개방 수준은 운송, 관광서비스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보다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국내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져 최대 46만3000개의 일자리가 더 생길 것으로 KIEP는 분석했다. 상당수는 좋은 일자리다.

그제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한미 FTA 반대시위에서 일부 참가자는 도로 등에 ‘박살내자 FTA’라고 썼다. 이들 주장대로 우리가 계속 보호 장벽만 치려 한다면 좋은 일자리만 박살날 뿐이다.

물론 개방이 무조건 좋은 일자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서비스산업 구조조정 등 선결 과제가 많다. 어제 출범식을 가진 ‘바른 FTA 실현 국민운동본부’는 “개방과 더불어 국내 제도 개혁을 통해 산업 간 공정경쟁이 이뤄지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국은 바로 이런 개방과 구조조정을 병행해 고급 일자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동남아 후발국인들 언제까지나 가발이나 만들며 저개발 수준에 머물러 있겠는가. 글로벌 경제에서 우리가 개방과 구조조정을 끝내 거부하면 가발 생산 같은 저임금 일자리만 우리 몫이 될 것이다.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