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상훈]‘병역특례 도미노’ 더는 안된다

  • 입력 200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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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 제국으로 도약하는 데는 왕족에서 평민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병역의무를 명예로 알고 예외가 없었던 제도와 국민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평화가 지속되자 귀족들이 용병을 대신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로마는 쇠퇴의 길을 걸었다.

국방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현되는 가장 중요한 현장이다. 전쟁터에 왕자를 보내 솔선수범한 영국이 그러했고, 6·25전쟁 당시 대통령과 장군의 아들들을 참전시킨 미국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나라 현실은 어떤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기화로 병역특례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 스타뿐 아니라 프로게이머, 과학 영재, 한류 스타, 문화예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특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정부는 상식이 통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평하고 합리적인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병역특례제도란 국가 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지원하기 위해 형평성과 군 소요 인원의 충원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현역 복무를 감면해 주는 제도다. 그렇다면 병역특례는 국방과 관련된 업무로 국한되어야 마땅하다.

둘째, 병역특례제도가 특정 집단의 ‘꿩 먹고 알 먹는’ 혜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구는 병역면제 받고, 돈 벌고, 명예까지 얻는 1석 3조의 혜택을 누리는 반면 누구는 생명을 걸고 전선으로 가야 하나. 국가 발전과 국위 선양이라는 애매한 잣대로 특례가 확대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셋째,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양심을 이유로 권리는 포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의무 이행에서는 다르다. 평화를 이유로 집총과 군 입대를 거부한다면 이는 집에 강도가 침입했는데 평화를 해친다는 양심을 이유로 몽둥이 드는 것을 포기하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넷째, 병역특례와 대체복무를 인정한다면 군필자에 대해서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언제까지 말없는 다수의 젊은이만 피해자로 만들 것인가. 군복무를 하는 동안 다치고 죽는 장병도 많다.

국가 안위와 직결된 병역의무에 국민 갈등이 증폭되고 군심이 흔들리면 나라를 지킬 수 없다.

이상훈 재향군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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