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성군]나무 심기도 창조산업이다

  • 입력 2006년 4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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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만 먹지 않고 우리 몸에 잘 맞는 잡곡들과 섞어서 혼식(混食)을 하면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한다. 산에 나무를 심을 때도 혼식(混植·섞어 심기)이 나무의 건강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식목일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나무 심기가 한창이다. 원래 식목일은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룬 날과 조선 성종이 직접 논을 경작한 날을 기원으로 해서 정했다고 한다. 나무 심는 날일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와 농림 사상이 깃든 매우 뜻 깊은 날이다.

나무는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의 원천이자 다양한 경제 자원을 제공하는 잠재력이 큰 미래 국가 자원이다. 나무 심기를 통해 선박 및 건축 자재, 연료, 도구 재료, 구황작물 등 경제적으로 유용한 목재와 산림 부산물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실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도 나무 심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나무를 심어 자연력을 복원함으로써 인간 생활에 유익하고 윤택한 환경을 조성하려 했던 것이다.

이제는 나무 심기에도 창의력이 필요하다. ‘혼식경영’이 도입되어야 한다. 혼식경영이란 다양한 수종으로 큰 나무 사이에 중간 크기 나무와 작은 식물을 함께 심는 방식이다.

신지식 임업인이자 경북 경산시 동아임장 대표인 함번웅 씨는 30만 평의 산에서 연간 1억 원의 수익을 내는 노다지산을 창조해 냈다. 10년 이상 자라야 수익을 내는 장기 수종과 5, 6년이면 수익을 내는 중기 수종, 2, 3년 만에 소득이 가능한 단기 수종을 함께 심은 덕택이다.

느티나무 물푸레나무 등 수십 년이 지나야 수익을 낼 수 있는 장기 수종 사이에 산수유 살구나무 오갈피나무 오미자나무 등의 중간 크기 나무를 함께 심으면 그만큼 경제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나무 밑에는 고사리 질경이 쇠비름 등 각종 식물을 심은 후 고사리를 수확해 수익을 내기도 하고 숲의 양분 공급원으로도 삼았다. 이처럼 혼식은 제한된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혼식은 나무의 건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수분 일사량과 함께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기본 요소 중의 하나인 이산화탄소의 공급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는 필요 시기와 양이 수종별로 다르다. 따라서 여러 수종이 섞여 있으면 다투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적절히 나눠 쓴다. 단일 수종만 심으면 이산화탄소 호흡을 놓고 서로 경쟁하게 돼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없다. 이 경우 ‘2차 감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삼한사온 현상 등의 기후적인 원인으로 나무 종류에 따라 이산화탄소 수요량이 뚜렷이 다르다. 그만큼 나무 혼식의 필요성과 효용성이 높다.

이제 나무만 많이 심으면 된다는 생각은 바꿔야 한다. 나무 심기도 하나의 창조산업이다. 과거 편식 위주의 나무 심기 방식에서 벗어나 경제성과 나무의 건강을 추구하는 혼식 방식이 산림업의 경쟁력을 보장해 줄 것이다.

전성군 농협대 중앙교육원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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