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원홍]K리그가 살아야 한국축구 산다

  • 입력 2006년 3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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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양극화.’

12일 국내 프로축구 K리그가 개막한다. 월드컵의 해에 열리는 국내 프로축구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모든 관심이 월드컵에 쏠리는 바람에 국내 프로축구는 찬밥 신세가 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한국은 국가대표팀과 프로축구 간 불균형이 심한 나라다.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국가대표팀 간 경기의 평균 관중은 4만6823명. 반면 국내 프로축구의 평균 관중은 1만1972명이었다. 약 4배의 차이가 난다. 그나마 ‘축구천재’로 불리는 FC 서울의 박주영이 관중몰이에 나서 국내 프로축구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세운 해인데도 그렇다.

국내 프로축구 관중은 축구 열기가 높은 유럽의 3분의 1 수준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3만4000명, 독일 분데스리가는 3만5000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프로축구팀도 국내 프로축구 리그보다 훨씬 많은데도 평균 관중이 3배라는 것은 그만큼 축구 열기가 높다는 뜻이다.

프로축구가 활성화된 나라가 축구 강국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축구팬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는 나라에서 더 많은 선수가 배출되고 경기를 잘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런데도 한국은 국가대표팀에 대한 승리의 열망만큼은 다른 나라를 압도한다. 이것은 한국이 축구의 묘미보다는 국가의 승리에 더 집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월드컵의 해에 열리는 프로축구는 국가대표팀의 성패에 따라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가대표팀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릴 경우 축구 열기가 이어져 프로축구 진흥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 축구 관계자들과 팬들은 생각해 봐야 한다. 축구 관계자들은 국가대표팀 경기보다 양질의 프로축구 경기를 보여 줌으로써 팬들을 끌어 모아야 한다. 반면 팬들은 국가대표팀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프로축구에 대한, 축구 자체에 대한 애정을 보여 주어야 한다.

과정과 토대가 튼튼하지 못한 상태에서 멋진 결과만을 바라는 것은 과욕이다. 월드컵 결과에 관계없이 국내 프로축구도 사랑을 듬뿍 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원홍 스포츠 레저부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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