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해용]내부비리신고자가 조직 부적응자라고?

  • 입력 2006년 3월 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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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는 내부 신고인에 대해 조직 부적응, 강한 과시욕, 부정적 성격, 충성도 결여 등의 특성이 있는 것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그러나 학술연구 결과들은 이 같은 통념을 뒤집는다.

미국의 인디애나대 재닛 니어 교수는 1996년 ‘경영저널(Journal of Management)’ 가을호에 ‘내부 신고인의 개인적 특성 연구’를 보고했다. 보고서는 내부 비리 신고인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으며 오랜 경력과 교육 수준이 높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봉과 업무 성취도가 높고 직장에 헌신적이며 조직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위직이나 전문직인 경우가 많았다. 나아가 자신이 속한 조직이 다른 조직보다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다른 연구 사례는 미국 내에서 내부 비리 신고 공무원은 ‘공공서비스 복무 동기’가 다른 공무원보다 더 높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 신고인이 겪는 보복은 매우 심각하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미국 내부 신고인의 90%가 해고 또는 감급, 26%는 정신질환 등 후유증, 17%는 주택 상실, 15%는 이혼, 10%는 자살 기도, 8%는 파산한 것으로 연구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내부 신고인의 증언을 보면 가장 무서운 보복은 상사나 조직의 박해보다도 동료들의 냉대다. 조직의 박해 이유는 “가만히 있었으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잘못이 바로잡힐 텐데 공연히 나서서 조직을 불명예스럽게 만들고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 이 분위기에 동료들이 굴복해 내부 신고인을 고립시키는 데 동참한다는 것이다.

이같이 분위기에서 내부 비리 신고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국가가 강력한 고발 및 고발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부패 국가일수록 고위 공무원과 국회의원이 내부 고발자 보호 법률을 제정할 가능성이 적다. 스스로 내부 고발의 대상이 될 개연성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내부비리 신고제도를 구축하는 것은 그 체제의 부패 척결 의지를 반영한다.

이런 점에서 2005년 7월 정부가 개정한 부패방지법의 내부신고인 보호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누구든지 신고나 이와 관련된 진술, 자료 제출 등을 이유로 징계 및 불이익, 차별을 받지 않도록 했고 신고한 뒤에 그 같은 일이 발생했을 경우 신고와 관련해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게 하는 등 보완 조치를 했다. 내부 신고인의 보상금 상한액도 종전보다 10배나 인상돼 최고 20억 원에 이른다.

일부에서는 “우리 사회를 서로 믿지 못하는 파파라치 사회로 만드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직 폭력배에게나 어울릴 집단이기주의를 타파해야만 진실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회가 형성될 것임은 자명하다. 나아가 조직구성원 개개인은 조직에 속한 동시에 자유롭고 떳떳한 개인으로 살 수 있어야 하는 존엄한 인격체이다.

부패방지법이 개정된 이후 국가청렴위 비리신고센터에는 실제로 크고 작은 비리 신고가 늘어나고 있다. 내부 비리 신고인이 내적 갈등 없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 어둡고 더러운 공간이 밝고 깨끗해지는 사회, 정의와 신뢰가 넘쳐흐르는 사회가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이다.

성해용 국가청렴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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