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서드 에이지(third age)

  • 입력 2006년 3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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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늙어 가야 하는지 아는 것이야말로 삶이라는 위대한 예술에서 가장 어려운 장이다.’ 이 말을 남긴 19세기 스위스 철학자 앙리 아미엘은 60세의 나이에 생을 접었다. 평균수명이 45세인 시대였으니 당시로선 오래 살았던 셈이다. 4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던 아미엘의 성찰은 21세기에 이르러 더 공감을 얻는다. 한국인의 평균수명도 80세에 육박한다.

▷인생은 흔히 네 단계로 나누어진다.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의 제1연령기, 직업을 갖고 가정을 이루는 제2연령기,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가운데 노화가 시작되는 제3연령기, 서서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제4연령기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현대 의학의 발전에 따라 크게 연장된 것이 제3연령기, 즉 ‘서드 에이지(third age)’다. 80세를 사는 사람이라면 40세부터 70세까지 30년에 이르는 기간이다. 한 인생으로서의 성공 여부가 이 시기를 얼마나 잘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작가 소노 아야코는 ‘중년 이후’라는 책에서 ‘중년이 되면 더딘 인생을 탓하지 말라. 완성이 늦을수록 성취감은 숙성돼 그 맛이 그윽하다’는 지혜를 전했다. 로마 정치가 키케로는 ‘노년론’에서 ‘큰일은 육체의 힘이나 재빠름이 아니라 사려 깊음과 판단력에 의해 이뤄진다’며 노년의 장점을 강조했다.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윌리엄 새들러의 ‘서드 에이지’는 40대 이후의 삶에 6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즉 중년의 정체성을 세우고, 자신을 배려하는 삶을 살며, 일과 여가를 조화시키고 현실과 낙관주의, 성찰과 실행, 개인의 자유와 타인과의 관계를 조화시키는 것이다.

▷‘늙어 가는 지혜’는 한국인에게도 절실하다. ‘기러기 아빠’로 대표되는 희생적인 삶을 살아온 한국의 중년들은 갑자기 다가온 ‘서드 에이지’가 낯설고 당혹스럽다. 벌써 일터에서 밀려날 처지가 돼 버린 그들의 앞에는 근심과 고통이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삶의 지혜를 말하기 전에 경제력 확보가 필수적인 것은 아닌지….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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