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규진]경제성장 배당금

  • 입력 2006년 2월 2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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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가 이익을 내면 주주들은 배당금을 받는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80개사 중 169개사가 올해 6조2300억 원의 현금 배당을 했다. 외국인 주주의 입김이 세지면서 주주 배당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익을 재투자해서 회사의 가치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주주로선 어느 쪽이나 행복한 선택이다. 나라 경제도 고성장으로 재정에 여유가 생기면, ‘국민의 세 부담을 줄여 주자’는 주장과 ‘복지나 사회간접자본에 써야 한다’는 의견이 맞선다.

▷싱가포르 정부는 올해 모든 성인에게 소득 수준에 따라 200∼800싱가포르달러(약 11만8000∼47만5000원)를 나눠 주는 세금 환급을 실시하기로 했다. 리셴룽 총리는 “경제성장으로 세수(稅收)가 크게 늘어나 국민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경제성장 배당금이다. 저소득층에는 1200싱가포르달러를 추가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50세 이상 중장년층과 퇴역군인에게도 추가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감세가 성장을 가져오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성장이 감세나 복지 증대를 가져오는 것은 틀림없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경제성장률은 6.4%였다. 특히 4분기(10∼12월) 성장률은 12.5%에 달했다. 이런 고성장으로 재정은 4억3000만 싱가포르달러(약 2556억 원)의 흑자를 냈다. 싱가포르 야당은 ‘성장 배당금’이 다음 달 총선을 의식한 선심정책이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선심정책이라면 국민이 싫어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한국의 납세자들은 지난해 4% 저성장에, 6000억 원의 세금을 더 내고도 정부의 증세 타령에 들볶이고 있으니 말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정부 경쟁력 부문에서 한국은 지난해 42위로 낙제점을 받았다. 싱가포르는 4위였다. 싱가포르처럼 정부가 효율적이라면 세금을 더 걷는다고 해서 국민이 손해 볼 일은 없다. 질 좋은 공공서비스로 성장도 하면서 국민 모두가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우량 국가의 납세자는 우량 기업의 주주처럼 행복한 선택을 한다. 부실 정부를 만나 세금만 내는 국민은 억울하다.

임규진 논설위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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