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용옥]북핵과 이란핵 돌파구 찾으려면

  • 입력 2006년 1월 25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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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한 지 36년이 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북핵’에 이어 ‘이란 핵’까지 불거지자 NPT 체제의 무기력 현상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도 무기력한 현 NPT 체제의 축소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해 5월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5년 만에 두 번째 ‘NPT 평가회의’가 있었다. NPT체제 강화를 위한 합의문 채택이 주 목적이었다. 그러나 핵 보유국과 비보유국 간의 근본적인 견해차로 한 달간에 걸친 협의를 하고서도 합의문 채택에 실패했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은 NPT 체제에 가입하지 않고 이미 핵무기를 개발, 보유하고 있다. 지금 ‘NPT 무용론’이 거론되고, 미국 등이 ‘불량 국가’라고 부르는 일부 국가가 자의적인 핵 행보를 마다하지 않는 것도 ‘흔들리는 NPT 체제’의 일면이다.

1993년, 2003년 두 번씩이나 NPT 탈퇴를 선언한 북한은 지난해 2월 핵무기를 제조, 보유하고 있음을 공식 선언했고, 최근 이란은 마치 북한을 뒤따르는 듯 올해 1월 10일 핵시설 봉인을 제거하고 우라늄 농축을 재개함으로써 국제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란이 핵에 관심을 갖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며, 북한 핵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의 주된 관심은 이러한 NPT 체제 속에서 현 6자회담이 과연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대로라면 북핵 6자회담도 결국 현 NPT 체제의 축소판이 될 가능성이 크고, 이란이 ‘북한 따르기’를 하는 형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만일 이란의 핵 보유도 북한처럼 현실화된다면, NPT 체제의 무력화는 물론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 것인가?

첫째, 북핵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핵 억제를 선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란의 핵개발 속도는 그간의 정보보다 훨씬 빠른 것 같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최근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물질과 이를 무기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 핵무기 제조에 수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이란 핵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둘째, 현재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이란 핵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적극 검토하고 있고, 내달 초에는 IAEA 임시이사회가 소집될 예정이다. 물론 IAEA가 이란 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를 의결한다 해도 실질적인 제재는 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핵 확산 방지에 대한 국제적 결의를 과시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NPT 체제가 무력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이다. ‘핵기술의 평화적 이용권리’와 관련하여 이들은 일부 국가의 비밀 핵개발 활동을 철저히 감시 방지하기보다는 주권국가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존중한다는 명분을 들어 오히려 비밀 핵개발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넷째, 이란 핵문제는 IAEA와 유엔 안보리가 중심이 되는 ‘유엔 안에서’ 다뤄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간 이란 핵과 관련한 EU-이란 협상, 북한 핵과 관련한 6자회담 등 ‘유엔 밖에서’의 협의는 오히려 북한과 이란의 선택 영역을 넓혀 주었다. 북한이 유엔 밖에서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북핵은 우리에게 생존과 관련된 문제이다. 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현명한 선택으로 NPT 체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는 길이다.

박용옥 한림국제대학원대 부총장 전 국방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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