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선한승]한국勞使가 ‘뉴욕파업’에서 배울점

  • 입력 2005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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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시의 대중교통노조(TWU) 파업이 싱겁게 끝났다. 25년 만의 파업이라 미국은 물론 세계 여러 국가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나 파업 개시 3일 만에 종료됐다. 이는 정부가 올해 들어 연거푸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던 양대 항공사 파업사태와 노사관계선진화법의 국회 계류 등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번 뉴욕 시의 파업사태 해결 과정을 노사 모두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첫머리에 강조한다. 먼저 사측은 파업을 하면 자신이 받은 임금의 배를 벌금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테일러법’의 위력에 놀라며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노사관계선진화법 개정 때 반영해 줄 것을 은근히 기대할 것이다. 우리의 노사관계제도가 미국식 해법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예컨대 대형 노사분규마다 사측이 늘 떠올리는 사례는 1981년 미국 연방항공청(FAA) 관제사 파업 때의 해결 방식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파업 개시 48시간 내에 복귀하도록 명령을 내리고 이에 응하지 않는 관제사는 해고 조치했으며 해고된 관제사는 재고용을 허용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반면에 노측은 ‘우리는 미국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애써 외면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 신자유주의의 병폐는 미국 자본주의에나 통용된다고 항변할 것이다.

필자는 이번 뉴욕사태를 보면서 사측에서 바라보는 미국 동조화 현상이나 노측의 냉소주의 모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먼저 사측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노사관계 모형은 이미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는 미국 모형을 따르기에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해했으면 한다. 미국의 노조는 미국적 자본주의 모형에 부합하도록 역사적으로 길들여져 있다. 미국에서 가장 전투적이라고 하는 전미자동차노조(UAW)도 제너럴모터스(GM) 자동차 공장 9개를 폐쇄하려는 조치에 이렇다 할 저항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 노조 측에도 뉴욕 시 대중교통노조의 백기 투항을 남의 일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여론의 호응 없는 노조의 행동은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맹목적 파업은 자신의 직장을 잃게 만드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미국적 합리주의를 마냥 외면만 할 일은 아닐 것이다.

이번 미국 파업이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세 가지다.

첫째, ‘당사자 책임’이 강조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뉴욕 시의 파업은 노사 모두에 엄청난 타격을 안겨 주었다. 뉴욕 시는 이번 파업으로 10억 달러의 손해를 감당해야 하고 교통공사(MTA)는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다는 뉴욕 지하철 이미지에 먹칠을 당했다. 이는 테일러법의 위력에만 의존한 채 성실 교섭을 소홀히 한 당국의 책임 또한 적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별다른 소득 없이 파업을 감행한 노조지도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둘째, 파업을 푸는 핵심은 엄정한 법 집행이라는 사실을 새삼 보여 주었다. 파업 시에 동원되는 긴급조정권 발동은 국제노동기구(ILO)로부터 자율교섭권 침해라는 지적을 받지만 벌과금은 이를 피할 수 있다.

셋째, 공공기관의 신속한 개입은 파업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뉴욕 시의 공공기관노사관계위원회는 노사협상 결렬 시 중재할 수 있는 권위가 노사 모두에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도 참여정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강제적 긴급조정권제도’와 벌과금을 부과하는 뉴욕 테일러법 사이에 어느 것이 유효한 제도인가의 시험대에 놓여 있는 듯하다. 2006년 노사관계 로드맵의 바람직한 해법을 찾아야 할 때이다.

선한승 한국노동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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