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사막에서 발견된 이전의 동굴벽화에는 지금의 사막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하마, 물소 등의 동물이 등장한다. 사해, 차드 호 등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많은 호수는 이전에 지금보다 훨씬 넓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 지역이 과거에 지금보다 더 강수량이 많았던 시기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많은 지질학적 자료의 분석 결과 이렇게 온난다습했던 기후가 고대문명이 탄생하던 기원전 3000년경부터 지속적으로 건조해지기 시작했다.
온난다습한 시기에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의존해 충분히 자급자족의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원시인들은 원인불명의 건조화가 진전됨에 따라 고향을 떠나 큰 강 유역으로 몰려들었으며 빗물이 아닌 강물로 농사를 짓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강물을 농토로 끌어들이는 관개사업을 한 것이다. 이는 인류 최초의 대형토목공사로 대규모의 정치조직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도시, 문자, 계급사회처럼 문명의 요소들이 나타났다. 아울러 이전보다 농업생산량이 대폭 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고대문명이 꽃피게 됐다.
그러나 강물은 먼 곳으로부터 흘러드는 과정에서 석회 같은 광물질을 다량 포함하게 된다. 건조한 기후에서 관개사업으로 농토에 들어온 강물은 증발하면서 마치 염전에서 소금이 남듯 석회를 축적시켜 농토를 점차 황폐화시켰다. 이 농토의 황폐화로 인해 고대문명은 스스로 붕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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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기후의 건조화와 농토의 황폐화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농업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개사업을 더욱 확장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마치 현대사회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석유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지구온난화를 점점 더 촉진시킬 수밖에 없는 것처럼.
노의근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 no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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