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역구도 타파하자며 ‘PK 싹쓸이’ 人事 하나

  • 입력 2005년 11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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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주요 고위직에 대통령과 동향(同鄕)인 부산 경남(PK) 지역 인사들이 대거 기용되고 있다. 그제도 정부는 경남 출신인 김창록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산업은행 총재에 내정했다. 이달에만 벌써 황두열 한국석유공사 사장, 이수열 한국가스공사 사장, 황인성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에 이어 네 번째 PK 출신 기용이다.

이에 앞서 6∼7월 취임한 이해성 한국조폐공사 사장,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 한이헌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김규복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도 모두 PK 출신이어서 “PK가 요직을 싹쓸이한다”는 비판의 소리가 관가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성격은 다르지만 어제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에 부산 출신 송기인 신부가 임명됐다.

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한 장차관급과 대통령수석비서관 및 공기업 사장, 정부산하단체장 82명 중 PK 출신이 26명을 차지해 3분의 1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임기 초 장차관급 60명 중 PK 출신이 10명(16.7%)이었던 데 비하면 ‘약진(躍進)’이다. 청와대도 대통령의 눈과 귀를 잡고 있는 주요 라인에 문재인 민정수석, 정상문 총무비서관, 이호철 국정상황실장 등 PK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다.

임기 말 대통령의 동향 인사들이 집중 기용되는 것은 역대 정권에서 반복돼 온 일이다. 임기 초에는 인재를 두루 쓰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지지율 하락에 위기감이 고조될수록 ‘믿을 수 있는 고향 사람’만 찾는 것이다. 줄곧 ‘개혁’을 외쳐 온 이 정권에서도 이 같은 권력의 ‘자폐(自閉) 증상’이 재연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노 대통령은 불과 얼마 전까지도 지역구도 타파를 외치며 한나라당에 대연정(大聯政)을 제의했다. 그런 대통령이 되레 지역할거주의를 심화시키는 인사에 빠져 있다면 자가당착(自家撞着)이 아닐 수 없다. 지역편중 인사는 인사의 공정성 시비를 낳음으로써 공직사회의 기강과 국민 화합을 깨뜨려 레임덕을 오히려 앞당길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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