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플라자]손택균/펀드영업 ‘高手’를 만나고 싶다

  • 입력 2005년 10월 26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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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가입했던 펀드가 2년을 넘겼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니?”

“글쎄요, 좀 알아보고 말씀드릴게요.”

전화를 끊은 후 은근히 속상했다. 부모님은 한 은행과 20년 가까이 거래하고 있는 우수고객이다. 펀드 투자도 은행이 권한 상품으로 시작했다.

매달 만나는 투자 상담 전문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

최근 한 자산운용사 직원을 만났다.

“요즘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게 뭔가요?”

“20∼30분 기다리고도 5∼10분 정도밖에 상담을 못 받는 거죠. 상담 인력이 많이 부족해요.”

대학병원 초진도 아니고, 자산관리 상담을 그렇게 촉박하게 받아야 하나.

확인을 위해 증권사 영업점과 은행 몇 곳을 돌아다니며 펀드 상담을 받았다. 대부분 친절했지만 충분하다고는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여러 곳을 다닐수록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판단이 흐려졌다.

한 증권사 영업 청구에서 황당한 경험도 했다.

“이 상품이 최근 가장 좋은 수익률을 올린 우리 회사의 간판 펀드입니다. 매스컴에도 워낙 많이 소개돼 많이들 찾으세요.”

최신 유행 패션상품을 소개하는 듯한 설명. ‘설정한 지 오래 돼 수탁금액 규모가 커진 펀드는 운용에 부담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 상품의 수익률이 조금씩 저조해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고객님처럼 여러 가지 조사를 해 오는 분께는 앞으로의 시장 전망을 반영한 신상품을 권해 드리죠.”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여러 가지 상품을 함께 권하지 않았는지?

“유명 펀드에 가입하겠다고 결심하고 오는 분이 워낙 많아서요.”

모든 펀드의 안내문에는 ‘과거 수익률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표시돼 있다.

내년부터 인터넷 등을 통한 자산운용사의 펀드 직판이 시작된다. 투자자보다 더 많이 공부하지 않는 영업 담당자는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다. 판매와 사후관리 부문에서 전문성을 보여주는 ‘영업 고수’를 더 많이 만나고 싶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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