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류재갑]국방개혁, 예비역 지혜도 활용해야

  • 입력 2005년 9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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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도 이제 어쩔 수 없이 개혁의 파도 속에서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 군대조직, 무기와 장비, 운영방법, 작전교리, 직업의식과 기율 면에서 총체적인 탈바꿈을 요청받고 있다.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 국론의 분열뿐만 아니라 군론(軍論)의 분열과 군 세대 간의 갈등 기미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된다. 군 개혁 드라이브를 재촉하고 있는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월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군의 예비역 원로 분들이 일본군식 사고에 젖어 있다”고 비판했다고 해서 예비역 장성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다행히 국방부가 서둘러 해명자료를 내고, 예비역 장성 초청 국방개혁설명회에서 윤 장관이 머리 숙여 사과함으로써 일단락된 것 같다. 일단 안심은 되지만 군을 아끼는 국민은 여전히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원래 ‘일본군식 사고’란 비합리적이고 윽박지르며 얼차려를 주는 행태와 경직된 하향식 위계 체계를 상징적으로 비유한 것이다. 한국 군대에서 ‘일본군식 사고’는 사라진 지 오래다. 6·25전쟁 이후 우리 군은 ‘서양식’ 교육을 받고 ‘한국식’으로 성장한 신세대로 구성돼 있다. 자유민주주의 군대로 성장해 온 것이다. ‘일본식’이라고 불릴 수 있는 세대는 이미 작고하였거나 완전히 후선으로 물러났다. 생존해 있는 분들도 새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군을 혐오하고 그 위신을 깎아내리려는 세력이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물론 과거 정치군인이 횡행하던 군사정권 시대가 있었고, 그것은 우리 현대사의 부끄러운 얼룩이었다. 하지만 정치로 나간 군인은 소수였고 대다수의 군인은 제자리를 지켰다. 이제 온 국민의 민주화 노력의 결실로 정치군인의 흔적마저 씻어진 이 시점에서 과거의 일부 정치군인을 보는 눈으로 우리 군을 재단한다면 매우 곤란하다.

국방개혁의 전제조건은 ‘군 전문 직업주의’의 건실한 발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군 전문 직업주의는 정치적 중립 위에서 군사 문제의 전문화에 의해 달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군 전문 직업주의는 군대가 자신에게 충실할 때 가능하다.

군 개혁이 군론의 분열이나 군을 폄훼하는 일부 세력 때문에 좌절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군대 내에서 ‘군의(軍意)’와 ‘군론’이 통일돼야 할 것이다. 군 개혁은 또 ‘건전한’ 국민과 더불어 군의 예비역 원로들과 더불어 추진돼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군은 현역 상호간은 물론이고 원로 예비역들과 대화의 장을 열어 나가야 한다.

윤 장관이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의 국방개혁안은… 그동안 예비역 선배들이 연구해 온 결과물을 보완·정리한’ 면이 없지 않다. 군 개혁이 남한 군대만의 양적 감축을 일방적으로 시도하기 때문에 안보불안 심리를 떨쳐 버릴 수 없다는 점과, 선진 무기와 장비를 개발하고 획득하기 위한 재원(財源) 확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론적으로 이견(異見)이 많지 않을 것이다. 무기와 장비 선진화를 통한 전투력 증강과 효율성 증진, 신무기에 적합한 작전교리 개발, 경제적 운용체제 발전, 3군 통합적 작전체제와 지휘체제 발전, 동원체제와 징병제도 개선 등은 오랫동안 군이 연구하고 고뇌해 온 과제이기 때문이다.

군이 건강하지 않으면 국가도 건실할 수 없다. 시민사회가 군대를 폄훼하고 혐오하면서 군인을 비난하면 나라가 편안할 수 없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예비역들도 새롭게 나아가려는 국방개혁에 건전한 비판과 충고는 아끼지 않아야 하겠지만 감정적인 비난을 토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서로가 절제하는 미덕이 필요한 때다.

류재갑 경기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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