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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12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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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구민 체육대회의 역사는 50년을 웃돈다. 각종 축제가 활성화된 지금도 최고의 주민화합대회이며, 농촌에서는 출향 인사까지 함께 어우러지는 한마당 잔치다.
자치단체들이 이런 체육대회를 열지 않기로 한 이유는 지난달 4일 발효된 개정 선거법의 기부행위 조항(112조) 때문.
이 조항은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사업 계획과 예산으로 행하는, 법령에 의한 금품 제공 행위는 허용한다’는 기존 규정에 ‘지방자치단체가 표창 및 포상을 하는 경우 부상(副賞)의 수여를 제외한다’는 규정을 단서 형태로 삽입했다.
이 때문에 자치단체는 “선수나 일반 참석자에게 일체의 부상과 격려금, 음식물, 교통비를 제공할 수 없게 된 마당에 누가 대회에 참석하려 하겠느냐”며 아쉬워하고 있다.
충남의 한 군수는 “당연직인 체육회장 직까지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내달 체육대회를 열 예정이던 충남 지역 8개 시군 체육회는 종전 선거법대로 체육대회를 열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이달 말 국회와 대한체육회에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자치단체장의 ‘체육대회 보이콧’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민 의사를 수렴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체육계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기 때문.
시군구민 체육대회의 목적 중 하나는 주민들의 화합이다. 읍면동의 명예가 걸린 대회를 앞두고 주민들은 선수단을 구성해 한 달 가까이 비지땀을 흘린다. 그러면서 이웃 주민들과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 대회는 또 ‘체육 꿈나무’ 발굴의 장이다. 충남도 체육회 관계자는 “초중고교 선수들이 참가해 기량을 겨루고 이 과정에서 우수한 선수를 찾아낸다”며 “어떠한 경우라도 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부상이나 격려금 등을 주지 못할 경우 괜한 원성을 사 표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게 자치단체장들의 솔직한 우려”라고 전했다.
그러나 개정 선거법 아래서도 상장과 상패 메달 트로피는 줄 수 있고 행사 필수 요원에 대한 노고의 대가도 지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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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금과 격려금이 없어도, 주민에게 꼭 물질적인 대가를 주지 못해도 주민들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매사를 이렇듯 ‘표’와 연결 짓는 자치단체장들의 행태가 아쉽다.
지명훈 사회부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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