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종구]월드컵 매번 족집게 과외만 받을건가

  • 입력 2005년 9월 3일 03시 04분


한국 축구대표팀 차기 감독이 국내를 넘어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루고도 잘리는 바람에 외신들로부터 ‘독이 든 성배(poisoned chalice)’란 비아냥거림까지 받았던 한국대표팀 사령탑. 하지만 최근 잉글랜드의 보비 롭슨과 독일의 베르티 포크츠, 아르헨티나의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 등 명장들이 에이전트를 통해 한국팀에 관심이 있다는 의사를 전해 오자 ‘독배’가 ‘성배’로 바뀌는 분위기다.

여론에 밀려 본프레레 감독을 자르고 고민에 싸여 있던 대한축구협회도 이 같은 반응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 강신우 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미 본선에 오른 한국은 외국 감독에게 매력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본선은 자신의 이름값도 높이고 돈도 벌 수 있는 무대라는 설명이다.

맞는 말이다. 본선에서 한국팀을 이끌고 좋은 성적을 올린다면 저절로 몸값도 올라가고 각종 CF를 통해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우린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을 통해서 이미 ‘4강 신화’ 감독이 어떤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되는지 지켜봤다.

하지만 한국축구는 어떤가. 그들의 ‘욕심’을 채워 줄 수 있을까. 4강 신화와 한국축구는 별개였다. 한국은 여전히 예선 통과와 본선 16강 진출이 지상 목표인 아시아의 흔들리는 맹주에 지나지 않는다.

당초 협회는 본프레레 감독을 경질하면서 “2006 월드컵을 넘어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감독을 선임하겠다”며 한국축구의 현실과 세계축구의 흐름을 잘 접목할 수 있는 인물을 찾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명장들의 관심 표명에 벌써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거론되는 명장들이 한국에 온다면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일단 성적에 연연해야 한다. 먼저 손을 내민 만큼 성적이 부진하면 그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적에 급급하다 보면 월드컵이 열리기도 전에 또다시 움베르투 코엘류나 본프레레 감독 꼴을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름값으로 선택하더라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말이다.

월드컵은 4년마다 열린다. 최선을 다하되 다걸기(올인)로 한국축구를 망가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월드컵이 한국축구의 유일한 목표는 아니다. 축구는 4년마다 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하기 때문이다.

기술위원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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