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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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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주장의 논거는 하나. 전 세계 석유매장량을 감안할 때 2005년쯤 석유생산량이 정점에 도달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가 추정하는 채굴 가능한 석유매장량은 1조8000억∼2조1000억 배럴.
국제 유가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70달러까지 오른 요즘 그의 경고가 생각나는 것은 최근의 고유가 현상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데페이에스 교수는 석유매장량에 대해 비관론 쪽에 서 있는 인물이다. 가장 낙관적인 미국지질연구소(USGS)가 추정하는 전 세계 가채 석유매장량은 약 3조 배럴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2037년이면 생산이 정점에 도달한다.
다시 말해 비관적으로 보면 석유 생산은 이미 감소세로 접어들었고, 아무리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30년 후에는 석유 생산이 줄기 시작해 수요를 맞출 수 없다는 뜻이다. 국가별로는 이미 미국이 1971년, 리비아는 1970년, 인도네시아는 1977년, 러시아는 1987년, 노르웨이는 2001년에 정점을 지나 석유 생산이 줄고 있다.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야 하는데 최근 석유시장은 가격이 폭등했는데도 공급은 그대로이다. 원유 증산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투기자금이 속속 원유 선물 및 옵션 시장으로 유입돼 가격을 더욱 부추기는 상황이다.
하지만 석유 소비는 계속 늘고 있다. 전 세계 생산량의 26%를 소비하는 미국은 도저히 씀씀이를 줄일 수 없고, 중국은 신흥 거대 석유수입국으로 등장했다. 이 두 나라가 지난해 석유 수요 증가분(하루 평균 253만 배럴)의 48.2%를 사용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석유를 많이 쓰는 나라다. 미국은 석유를 많이 수입해도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1% 정도다. 나머지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석탄(33%)과 가스(28%) 등으로 충당한다. 반면 한국은 석유의 비중이 55%이고 에너지원의 98%를 수입에 의존한다. 에너지 위기가 일어나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쯤 되면 아무리 낙관론자라도 범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할 것이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혈액과도 같은 석유 공급이 멈췄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지금 세계 각국은 이 문제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체에너지, 재생가능 에너지를 찾아야 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막연히 유가가 내려가기만 기다리면서 승용차 10부제나 들먹일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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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영 경제부장 you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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