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패한 李정우, 그 다음은?

  • 입력 2005년 7월 21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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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경제의 설계사’ 이정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이 물러난다고 한다. 청와대는 어제 “이 위원장의 임기가 만료된 데다 소임(所任)을 다했다”며 ‘문책성 경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12개 대통령직속 국정과제 자문위원회를 이끌며 내각 위에서 주요 정책 결정을 주도했던 그의 퇴진은 ‘문책 경질’이라야 맞다. 참담한 경제성적표 때문이다.

‘분배론자’인 그는 2년 반 동안 줄곧 ‘좌파 정책’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중(重)과세로 부동산을 잡겠다’던 2003년 10·29대책과 이를 덧칠한 20여 차례의 관련정책이 대표적이다. 그의 가장 큰 실패는 ‘학자적 소신’과 ‘정책의 책임’을 구별하지 못한 데 있다고 우리는 본다. 경제의 절반이 ‘심리(心理)’라면 분배정의(正義)를 역설하며 ‘좌회전 깜빡이’를 계속 켠 것만으로도 그는 기업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킨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이 위원장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국정운용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 몫을 상당부분 떠맡게 된 김병준 정책실장부터 ‘혹시나’ 하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다. 김 실장은 어제 ‘청와대 브리핑’ 기고문에서 “일부 ‘거대언론’이 정부와 국민 사이에 형상을 왜곡시키는 커다란 유리벽을 만들고 있다”며 “참여정부와 대통령의 모습이 비정상적으로 뒤틀리고 머리에는 뿔까지 난 모습으로 비친다”고 주장했다. 언론이 ‘연정론(聯政論)은 경제실정(失政) 피해 가기’라고 비판한 것 등에 대한 반박이다.

김 실장은 그제 기업인들 앞에서도 연정론 대변자 역할을 했다. 김 실장이 산적한 경제현안에 머리를 싸매기보다 정치적 코드 맞추기에 매달리는 모습이 걱정스럽다.

결국 노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문제다. 노 대통령은 올해 들어 ‘경제 다걸기(올인)’를 강조하면서도 ‘지금의 인재풀과 정책 틀로는 난국 타개가 어렵다’는 지적을 계속 외면했다.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는 국민이 겪고 있는 경제난 해소가 요원할 것 같다. 지금이라도 이 위원장의 사퇴를 인사쇄신과 정책전환의 계기로 삼아 국정쇄신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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