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론자’인 그는 2년 반 동안 줄곧 ‘좌파 정책’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중(重)과세로 부동산을 잡겠다’던 2003년 10·29대책과 이를 덧칠한 20여 차례의 관련정책이 대표적이다. 그의 가장 큰 실패는 ‘학자적 소신’과 ‘정책의 책임’을 구별하지 못한 데 있다고 우리는 본다. 경제의 절반이 ‘심리(心理)’라면 분배정의(正義)를 역설하며 ‘좌회전 깜빡이’를 계속 켠 것만으로도 그는 기업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킨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이 위원장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국정운용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 몫을 상당부분 떠맡게 된 김병준 정책실장부터 ‘혹시나’ 하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다. 김 실장은 어제 ‘청와대 브리핑’ 기고문에서 “일부 ‘거대언론’이 정부와 국민 사이에 형상을 왜곡시키는 커다란 유리벽을 만들고 있다”며 “참여정부와 대통령의 모습이 비정상적으로 뒤틀리고 머리에는 뿔까지 난 모습으로 비친다”고 주장했다. 언론이 ‘연정론(聯政論)은 경제실정(失政) 피해 가기’라고 비판한 것 등에 대한 반박이다.
김 실장은 그제 기업인들 앞에서도 연정론 대변자 역할을 했다. 김 실장이 산적한 경제현안에 머리를 싸매기보다 정치적 코드 맞추기에 매달리는 모습이 걱정스럽다.
결국 노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문제다. 노 대통령은 올해 들어 ‘경제 다걸기(올인)’를 강조하면서도 ‘지금의 인재풀과 정책 틀로는 난국 타개가 어렵다’는 지적을 계속 외면했다.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는 국민이 겪고 있는 경제난 해소가 요원할 것 같다. 지금이라도 이 위원장의 사퇴를 인사쇄신과 정책전환의 계기로 삼아 국정쇄신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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