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36년 만에 부활한 渾天시계를 보며

  • 입력 2005년 7월 21일 03시 11분


코멘트
조선 현종 때인 1669년에 천문학자 송이영(宋以穎)이 제작한 천문(진자)시계인 국보 제230호 혼천(渾天)시계가 336년 만에 원형 복제돼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접하며 오늘의 한국 과학기술이 먼 옛날 선조(先祖)들의 과학정신과 맞닿아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시계는 서구에서 발명된 최초의 진자시계보다 불과 12년 늦게 이 땅에서 자체 제작된 것으로 ‘인류의 과학문화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뿐 아니라 우리의 과학전통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일찍이 신라에서 천문 시설인 첨성대를 만들었고, 인쇄문명을 이끈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가 고려시대에 만들어졌다. 측우기를 발명한 조선조 세종 때는 우리 과학기술의 전성기였다. 일본에서 간행된 ‘과학사 기술사 사전’에 따르면 세종 재위기간이 포함된 1400년부터 1450년까지 반세기 동안 세계 과학의 주요 업적 가운데 조선은 29건을 차지했다. 중국은 5건, 일본은 한 건도 없었으며 동아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28건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 후기로 접어들면서 과학정신과 전통은 계승 발전되지 못하고 급속히 쇠퇴했다. 이는 우리 근현대사 비극의 주요한 원인이 됐다. 과학기술에 뒤처지면서 국력이 쇠퇴했고 결국 나라까지 빼앗겼다.

세계 과학계가 인정했던 지난날 이 나라의 과학정신,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탐구정신을 오늘의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혼천시계를 통해 후손을 향한 선조들의 질책을 듣는다. 과학전통의 불씨를 되살려 활활 타오르게 하는 것은 세계화시대에 우리가 살아남을 길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국책(國策)이 무엇이겠는가.

과학을 외면하면서 국력도 내리막길을 걸었던 아픈 과거를 잊어선 안 된다. 무너지는 교육을 회생(回生)시키고, 그중에서도 과학기술 인재를 제대로 육성하는 것이 어떤 이념, 어떤 코드보다 중요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