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나성린]테러 협박

  • 입력 2005년 6월 20일 02시 48분


코멘트
이석연 변호사가 테러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위헌 결정이 내려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대체하는 ‘행정도시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 때문이다. 법치주의에 바탕을 둔 선진민주주의 국가가 되려면 테러는 결코 있어선 안 된다. 지구상에서 테러가 횡행하는 나라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테러는 부도덕한 국가 권력에 의해 반정부 인사들에게 일방적으로 행해지든지, 사상과 이해를 달리하는 집단 간에 쌍방향으로 벌어진다. 나치 독일, 구소련, 아프리카나 중남미 독재국가들의 경우가 전자에 속하고 중동과 북아일랜드가 후자에 속한다. 이 모든 경우에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끊임없는 증오와 복수심에 불타게 되고 그들이 행사하는 비인간적 폭력은 사람들의 삶과 꿈을 파괴하고 공포를 확산시킨다. 그러한 나라에 경제 발전이 있을 수 없고, 그 사회는 서서히 파멸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광복 직후의 좌우익 충돌 이후, 그리고 군사독재 이후 테러의 위협은 사라졌다.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과거의 수많은 과격 시위 당시에도 파괴 행위는 없었고 최근 인터넷상의 극단적인 언어 테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신체적 테러는 별로 없다. 최근 몇 년간 많은 국민이 혐오하는 급진과 극보수 인사들이 있지만 아무도 테러를 당한 적은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심성이 착한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변호사가 당한 살해 협박도 언어 테러에 그치기 바란다. 그의 변론 활동은 어디까지나 헌법에 근거한 합법적 행위이고 또 많은 사람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법적으로 대응하면 되는 것이다. 국가 공권력은 이러한 합법적 활동을 위협하는 행위는 어떤 것이라도 끝까지 적발하고 응징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상 언론 행동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는 죽은 사회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테러가 테러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성린 객원논설위원·한양대 교수·경제학 hwalin@hanyang.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