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희선 정무위원장’을 구경만 해야 하나

  • 입력 2005년 6월 8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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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부친의 친일(親日) 행적을 둘러싸고 벌여 온 ‘정치곡예(曲藝)’는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제3자에 대해서는 조작된 사실까지 동원해 무차별 공격을 퍼부으면서 자신의 문제에는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하는 ‘후흑(厚黑) 정치’의 전형 같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가 일제(日帝)때 만주에서 독립군을 탄압한 특무(特務)경찰이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월간조선 등의 취재를 통해 속속 드러났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이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근거로 내세웠던 김학규 장군의 본관이 김 위원장과 다르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 구청장 후보공천과 관련해 거액의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까지 받고 있는 상태다.

다수 국민은 부친의 일만으로 그가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단순 논리에는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부친의 행적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사실무근”이라고 버티며 역공까지 하는 그의 행태가 공분(公憤)을 사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그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임을 훈장처럼 내세우며 친일 때리기에 앞장서 왔다. 그러면서도 부친의 행적에 관한 보도에는 제대로 법적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총선 때 각종 선거홍보물에 ‘독립군의 딸’임을 강조했던 그에 대해 유권자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독립운동을 한 사람은 3대가 가난하고, 친일한 사람은 3대가 떵떵거린다”고 했다. 물론 이 말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지금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부친의 행적에 관한 사실관계가 이쯤에 이르렀으면 그는 적어도 국가보훈처를 소관에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으로는 맞지 않다. 최소한의 정치미학(美學)을 위해서도 김 위원장은 자진사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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