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의 ‘변명 시리즈’ 듣기 딱하다

  • 입력 2005년 3월 23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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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충남 계룡대에 짓고 있는 ‘전시 지휘용 유숙(留宿)시설’의 용도에 대해 “유사시 군(軍)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묵는 시설”이라고 밝혔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계룡대는 육·해·공 3군 본부가 있어서 유사시 적의 주된 공격목표다. 전쟁이 터져 언제 어디서 포탄이 날아올지 모르는데 지하도 아니고 지상에 노출된 2층집에서 대통령이 과연 무얼 할 수 있을까. 건물에서 300∼400m 떨어진 곳에는 골프장까지 있다. 이 건물이 “사실상 대통령 별장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국방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겠지만 이런 해명에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조영택 국무조정실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 실장은 과장 때 도지사들로부터 업무 편의 명목으로 1000여만 원을 받아 썼다가 감사원에 적발돼 해임 요구까지 받았다. 인선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는 “당시엔 그게 관행이었다”며 넘어갔다. ‘관행’을 너무 관행적으로 남발하는 것 아닌가. 이 밖에도 많은 각료급 인사들이 부동산 투기 의혹, 아들의 국적·병역 문제로 논란이 됐지만 ‘관행이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았다. 이들이 코드가 다르거나, 정치적으로 경쟁관계에 있었다고 해도 그렇게 보호해 주었을 것으로는 믿어지지 않는다.

행정도시 이전에 따른 수도권 개발 대책에 이르면 정부의 해명은 더 딱해 보인다. “서울은 숨이 막혀 못 산다”고 했던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그런데 갑자기 수도권 과밀화를 부추기는 대책들을 쏟아내면서 이제는 “수도권 공동화(空洞化)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하니 국민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로 정부가 ‘대북(對北) 쌀 지원’을 든 것도 군색하기만 하다. 쌀이 남아돌아가 창고 보관비도 감당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굳이 대북지원을 해야 한다면 남는 쌀로도 충분하다. 쌀 증산의 명분이 없으니까 생각해 낸 것이 대북지원 아닌가.

정부의 이런 해명을 허구한 날 들으면서도 세금을 내야 하는 국민의 처지는 더욱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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