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30년 美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착공

  • 입력 2005년 3월 16일 18시 42분


코멘트
“뉴욕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계무역센터(WTC)’라고 대답하려다 멈칫할 것이다. 그리고는 “아니, 이제는 다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지…”라고 말할 것이다.

1931년 완공 이후부터 세계무역센터가 들어선 1971년까지 무려 40년 동안이나 세계 최고층 건물로 명성을 떨친 마천루의 대명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킹콩’에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까지 수많은 영화의 배경을 제공하며 사랑받고 있는 뉴욕의 ‘랜드마크 타워’. 1930년 3월 17일, 무려 102층에 지상 381m 높이로 설계된 이 건물의 기공식이 열렸다.

원래 이곳은 건물들이 빈틈없이 들어차 사무실 임대료가 비싼 곳이었을까? 아니었다. 버젓한 관공서도 지하철역도 없는, 당시로서는 외진 지역이었다. 건설경기 붐을 탄 야심 찬 시도였을까? 역시 아니었다. 1929년 10월 ‘검은 월요일’의 증시폭락으로 시작된 경제공황은 미국 전체를 가라앉히고 있었다. “그래도 세계 최고층 빌딩이라면, 명예욕에 넘치는 실업가들이 앞 다투어 임대 신청을 할 것”이라는 건축주들의 계산이 있었다.

불과 1년 45일이라는 짧은 공기와 4만1000달러의 자금, 5만7000t의 철강이 투입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1931년 4월 문을 열었다. 그러나 건축주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경기불황이 심화되면서 입주자가 거의 없어 ‘빈(Empty) 스테이트 빌딩’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1940년대가 되어서야 빌딩은 사무실로 가득 찼다.

2001년,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뒤 이 ‘마천루의 노장’은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세계무역센터를 강타한 것과 같은 비행기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꽂힌다면? 전문가들은 ‘세계무역센터처럼 붕괴해 주저앉지는 않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기둥 수가 적은 대신 그 하나하나가 튼튼해 대 참사는 면할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오늘날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483m), 미국 시카고의 시어스 타워(442m), 중국 상하이의 진마오 빌딩(421m) 등이 이 ‘노(老) 건물’을 능가하는 ‘장신(長身)’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TV도, 컴퓨터도, 히틀러도 등장하기 전 시대의 작품인 이 건물이 지금까지 안전상 한 치의 문제도 없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