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日전훈 ‘빠찡꼬’를 藥으로

  • 입력 2005년 1월 18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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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 하나는 참 예쁘게 잘 쳤던 한화 이정훈 코치. 도끼눈을 한 그의 불같은 성격은 기자가 본 야구인 중에서 으뜸이었다.

그날은 한편의 코미디였다. 두산 선수 시절인 1997년 일본 전지훈련지 쓰쿠미의 한 빠찡꼬 장. 제법 쏟아 부었지만 기다리던 잭폿이 터지지 않자 화가 난 그는 감시 카메라를 향해 연방 손 감자를 먹였다. 왜 잭폿을 주지 않느냐는 항의의 표시. 그러면 잭폿이 나올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었다.

OB의 1차 지명을 받았지만 조기 은퇴한 황일권. 키는 작아도 롯데 박정태 뺨치게 주먹은 컸던 그는 잭폿이 나왔을 때 구슬을 계속 슬롯에 넣어줘야 하는 게임 룰을 몰랐다. 그날 애매한 기계는 박살이 났고 그의 주먹은 한동안 붕대 신세를 져야 했다.

OB 시절 622경기에 연속 출장해 ‘원조 철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김형석 구리인창고 코치. 쉬는 날 아침부터 줄을 서 있던 그는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문이 열리기 무섭게 전날 찍어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뛰어가자 영문도 모른 채 같이 달리다 그만 큰 대자로 미끄러진 일이 있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빠찡꼬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는 사상 최다인 7개 구단이 일본에 전훈캠프를 차렸다. 일본 전지훈련엔 빠찡꼬를 빼놓을 수 없다. 놀거리를 찾기 힘든 낯선 외국 땅에서 술로 망가지는 것보다는 빠찡꼬가 나을 수도 있다.

실제로 선동렬 삼성 감독은 주니치 선수 시절 빠찡꼬를 아주 즐겼다. 그는 돈을 잃은 다음 날에는 오히려 경기가 잘 풀리는 징크스가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기아 이종범도 주니치에서의 암울했던 시절 유일한 낙이 빠찡꼬였다.

하지만 빠찡꼬가 일본의 국민 오락이라고는 해도 도박은 도박이다.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누가 뭐래도 휴식은 훈련 효과를 높이기 위한 재충전이 최우선. 이왕 빠찡꼬를 할 바엔 재미있게 하자. 그러기 위해선 최소한의 룰은 알고 시작해야 한다. 일본에는 빠찡꼬 관련 서적만 해도 수백 권이 있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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