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화답(和答)…정철훈

  • 입력 2004년 11월 28일 18시 12분


코멘트
우리 집은 식물 고아원이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버려진 볼품없는 화분들을 낑낑 안고 들어올 때마다 아내가 밉지 않은 눈을 흘기곤 한다. 식물 간병에 별다른 지식은 없어도 정성껏 물 주면 열에 아홉 깨어난다.

죽었나 싶어 가지를 꺾어보던 석류가 때 아닌 초겨울 거짓말처럼 붉은 꽃잎을 내밀고 있다. 눈보라치는 엄동에 주먹 같은 석류야 쩌억 열릴까만 그 붉은 화답(和答)이 뭉클하다.

삶이란 본디 끊임없는 화답이 아니겠는가. 사람과 사물, 모든 목숨붙이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온기(溫氣)가 아니겠는가. 저마다 삶과 죽음의 외로운 경계에서 내미는 붉은 안부가 아니겠는가.

반 칠 환 시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