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48기 국수전…충돌 직전

  • 입력 2004년 10월 5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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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 백 ○는 완벽한 수읽기 끝에 나온 것은 아니다. 오랜 경험을 통해 이 정도가 적절하다는 감(感)에서 나온 수다.

백 ○ 이후의 변화는 무수히 많다. 제한된 시간 내에 복잡한 수읽기를 완벽하게 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럴 때 프로 기사들은 감각에 의존한다. 컴퓨터 바둑이 인간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은 바둑에 ‘감각의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그 감각이 얼마나 적절했는지는 이후 진행에서 드러난다.

하변을 삭감하다가 대세를 놓친 흑은 53으로 붙이는 적극적인 수를 들고 나온다.

만약 백이 안이하게 참고 1도 백 1로 젖히다가는 흑 2로 끊는 강타에 속수무책이다. 주변 흑이 강하기 때문에 백의 운신이 불편한 것. 흑 6까지 백의 고전이 역력하다.

그러나 이창호 9단은 백 54로 멋진 ‘감각’을 또다시 보여준다.

백은 중앙 흑 53에 응수하기 전에 먼저 귀에 붙여 흑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 백 54에 대해 참고 2도 흑 1로 젖혀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럴 경우 흑은 백의 술책에 말려들게 된다. 백 16까지 진행되면 흑이 더 이상 응수하기 어렵다.

원성진 5단도 이를 알아차리고 흑 55로 늘어 백에게 변화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백은 귀에서 사는 수를 남겨두고 56으로 젖혀간다. 검토실에서는 흑이 아예 참고 3도 흑 1로 귀를 제압하는 수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백 2로 중앙을 정리하면 흑 3이 좋은 수. 중앙 백이 두터워졌으나 흑은 우상귀와 상변에 50집을 만들어 실리에서 앞선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 5단은 공격하던 도중 집짓기로 돌아서는 것은 싱겁다고 보고 흑 59까지 백에 대한 공격을 늦추지 않는다.

타협의 여지를 잃어버린 백도 더 이상 화평책을 취할 수 없다. 백 60으로 밀어 강력하게 버틴다. 두 기관차가 마주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해설=김승준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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