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성한]‘테러정보’ 유기적 관리체제를

  • 입력 2004년 10월 4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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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의 일간지 아우수프의 하미드 미르 기자는 빈 라덴의 ‘초청’을 받아 1997년과 1998년 두 차례에 걸쳐 빈 라덴을 인터뷰한 사람이다. 그에 따르면, 알 카에다의 1인자 빈 라덴은 본격적인 테러리스트라기보다는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산악 동굴에 기거하면서 소련의 침공에 저항한 ‘동굴형 전사’다. 반면, 알 카에다의 2인자로 알려진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국제적 시야를 갖고 ‘지하드(성전·聖戰)’를 기획하는 ‘국제적 테러 연출자’다. 9·11테러의 배후는 빈 라덴이 아니라 자와히리라고 미르 기자는 단언한다.

▼9·11때 부처간 정보연결 실패▼

그 자와히리가 한국을 이슬람 테러의 공개 표적으로 지명했다. 아랍계 위성방송 ‘알 자지라’를 통해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폴란드 노르웨이 한국 일본 등을 거명하며 이들 나라에 대한 즉각적인 공격을 촉구한 것이다. 우리는 물론이고 거명된 나라 모두에 비상이 걸렸다.

이 상황에서 우리의 첫 번째 과제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확립함과 동시에 테러 관련 ‘정보’를 유기적으로 규합해 대처하는 것이다. 미국의 ‘9·11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점처럼 흩어져 있는 부처별 테러 관련 정보를 상호 연결해 완성된 정보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으며, 그 바탕에는 상상력의 부족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한다. 부처별로 만반의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정보원 외교부 국방부 등이 자체적으로, 또는 외국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확보한 테러 정보를 유기적으로 규합하는 일, 즉 점과 점 사이의 선(線)을 정확하게 그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두 번째, 이른바 ‘반테러전쟁’이 미국만의 전쟁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바야흐로 세계는 냉전시대와 탈냉전시대를 지나 9·11 이후 ‘테러시대’로 접어들었다. 테러시대의 평화는 미국 혼자만의 힘으로 달성될 수 없다.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 알 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 세력의 공적 1호는 미국 자체가 아니라 근대성과 자유민주적 가치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이 중동 전역에 확립하려고 하는 신정(神政) 체제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고 여성의 권리를 억압하는 ‘종교적 전체주의’다. 이는 곧 ‘중세(中世)로의 회귀’이며 역사적 진보를 염원하는 인류 전체에 대한 도전이다.

어떤 이는 미국과 거리를 두면 한국이 테러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때문에 테러에 연루되는 ‘연루의 공포’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과 거리를 두었던 북한의 모습, 미국과 가까이 지낸 한국의 현재 모습이 어떠한가를 보면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명확하다. ‘연루의 공포’보다 ‘연루의 희망’이 더 큰 이상 우리는 국제협력을 통해 적극적으로 테러에 대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 내부에 ‘분노의 씨앗’이 자라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흔히들 미국이 테러라는 ‘행태’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테러가 생겨나는 ‘구조’를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행태주의적 접근도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증오의 씨앗’이 자라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구조주의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외국인노동자 反韓감정 경계▼

3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는 우리 사회 내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부당한 처우와 심각한 인권유린을 참고 견디다 추방된 뒤 한국인에 대한 ‘복수’를 위해 조직화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한국이 종교적 극단주의 세력에 대해 당당한 모습을 유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기 위해선 우리 사회 내부에 증오의 씨앗이 자라나지 않도록 선진시민의 자세를 갖춰 나가야 한다.

인격(人格)을 갖춰야 존경을 받을 수 있듯 국격(國格)을 갖춰야 한층 안전해질 수 있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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