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깐수의 옥중편지

  • 입력 2004년 10월 1일 16시 49분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정수일 지음/424쪽 1만2000원 창비

저자는 무하마드 깐수라는 이름의 필리핀인 행세를 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1996년 7월 간첩 혐의로 체포돼 2000년 8월까지 옥살이를 했다.

이 책은 저자가 4년 동안 서울 대전 대구의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부인에게 보낸 옥중서한을 묶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지상의 지옥인 감옥’에서 그는 게으름을 경계하며 거듭 자신을 채찍질해 문명교류학과 ‘실크로드학’에 대한 연구에 매진한다. 그리고 그 성과는 2만5000장의 원고지로 남는다.

그의 삶은 ‘시대와 지성, 그리고 겨레’라는 화두로 표현된다. 시대의 소명에 따라 지성의 양식으로 겨레에 헌신한다는 것이다. 그는 충신이나 열녀처럼 겨레를 섬기어 민족사를 빛내겠다고 다짐한다.

이 책에는 민족에 대한 그의 사랑 외에도 중국 옌볜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공부한 뒤 중국의 외교관을 지내고, 북한으로 ‘환국’한 뒤 다시 남한에서 삶을 사는 인생역정, 학문관과 인생관이 담겨 있다. 또 하나, 아내에 대한 진한 사랑도 배어 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