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권재술/아보가드로數의 신비

  • 입력 2004년 8월 6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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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방금 들이마신 공기 분자 중에 2000년 전 예수의 허파 속에 들어갔던 공기 분자가 있다면…. 예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석가모니로 바꾸어도 좋고, 마호메트로 해도 좋겠다.

한 사람이 한번 들이마실 수 있는 공기의 최대량을 폐활량이라고 한다. 폐활량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4L 정도다. 보통 숨쉴 때는 이보다 작은 양을 마시기 때문에 그 반으로 잡아서 약 2L로 하자. 공기 2L 속에 들어 있는 분자의 수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아보가드로수를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아보가드로수는 상온 1기압인 기체 약 22.4L에 들어 있는 분자의 수를 의미한다. 대략 6×10²³개다. 이 수는 분자의 종류에 관계없이 동일하다는 것이 아보가드로의 원리다. 사람의 한번 숨에 해당하는 2L의 공기에 들어 있는 분자 수는 약 5×10²²개가 된다. 이 숫자만큼 돈을 쌓으면 지구에서 태양까지 수천만번 왕복할 수 있는, 엄청나게 큰 수다.

공기 분자들은 매우 활발하게 운동한다. 예수가 들이쉬었던 공기는 지금쯤 이 대기에 골고루 퍼졌을 것이다. 그것도 매우 균일하게 섞여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5×10²²개라는 엄청난 수의 공기 분자가 퍼졌으니, 지금 내 코앞에도 예수가 숨쉬었던 바로 그 공기 분자가 있지 않을까.

지표면 1cm²를 누르는 대기의 무게는 약 1kg이다. 지구의 표면적은 약 5×10¹8cm²이니, 공기 전체의 무게는 약 5×10¹8kg인 셈이다. 예수가 한번 들이마셨던 공기 2L의 분자 5×10²²개가 골고루 퍼졌다면, 지금 대기 1kg에는 그 공기 분자가 약 1만개, 1g에는 약 10개가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대기 1L마다 그 공기 분자 10개, 우리가 한번 들이켜는 2L의 공기에는 20개가 들어있는 셈이다. 그런데 예수는 1분에 최소 15회 이상 숨을 쉬었을 것이고 적어도 30년 이상 계속했으니, 결국 우리는 한번 숨쉴 때마다 예수의 폐에 들어갔던 공기 분자 약 5×109개를 들이쉰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이 계산은 항상 다른 공기분자를 들이쉰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좀 적은 수일 것이다. 또 그 공기 분자 중의 일부는 식물이나 바닷물 속에 있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대략 100분의 1로만 잡아도 107개나 된다. 1000만개다.

석가모니는 예수보다 더 오래 살았으니 그 수는 더 많을 것이다. 세종대왕이나 공자의 속에 들어갔던 공기도 마찬가지다. 한번의 내 숨에는 지구상에 있었던 모든 사람의 폐 속에 들어갔던 그 모든 분자가 섞여 있는 셈이다.

또 저 아프리카의 시골 한 동네 어린아이가 길거리에 눈 오줌 속에 있던 물분자가 며칠 후 내가 마시는 물 컵 속에 들어 있을 수 있다. 이렇듯 이 세상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서로 연결돼 있다. 그러나 인간은 다른 인간뿐 아니라 동물, 자연과도 대립하면서 산다. 서로 반목하고, 전쟁을 하고, 자연을 파괴한다.

아보가드로의 법칙은 단지 자연법칙으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하나임을 가르쳐준다. 아보가드로수는 너와 나를 ‘우리’가 되게 하는 신비의 수다. 이 자연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를 묶어 놓고 있는 것이다.

권재술 한국교원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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