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뜨겁고도 시원한 한여름 홈런전쟁

  • 입력 2004년 7월 23일 17시 54분


98년 국내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제가 도입된 이래 홈런 부문은 ‘토종’과 ‘용병’의 자존심 싸움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는 ‘격전지.’

매년 이들의 흥미로운 싸움은 팬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토종’과 ‘용병’의 경쟁을 맨 먼저 촉발시킨 선수는 98년 두산의 ‘흑곰’ 우즈(현 요코하마 베이스타즈).

우즈는 당시 42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장종훈(한화)의 종전 홈런 신기록(41개·92년)을 경신해 국내 타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4개차로 우즈에 홈런 타이틀을 내준 뒤 “너무 분해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까지 말한 삼성 이승엽(현 지바 롯데 마린스)은 이듬해 54홈런 신기록으로 다시 우즈의 기록을 깨며 멋지게 복수전에 성공.

이후 국내 선수와 외국 선수의 치열한 홈런 경쟁이 펼쳐졌지만 승리는 언제나 국내 타자의 몫이었다. 2000년 현대 박경완(현 SK)은 40홈런으로 우즈를 1개차로 제쳤고 이승엽은 롯데 호세, SK 페르난데스 등 숱한 도전자를 물리치고 2001년부터 3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2004시즌에도 또다시 ‘토종’과 ‘용병’의 한판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주인공은 SK 박경완과 현대 브룸바.

전반기까지 나란히 25홈런을 날려 1라운드는 일단 무승부. 2라운드(후반기) 공이 울리지마자 서로 치열하게 ‘원투펀치’를 주고받고 있다.

박경완이 후반기 첫 게임인 문학 두산전에서 26호 홈런으로 앞서 나가자 브룸바는 21일 사직구장에서 연타석 아치로 26호와 27호를 장식하며 다시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경쟁은 그동안 한치의 양보 없이 진행돼 왔다. 4월엔 박경완(13개)이 브룸바(10개)를 앞섰고 5, 6월엔 브룸바(15개)가 박경완(7개)을 능가했다.

7월 들어선 다시 박경완(6개)이 브룸바(2개)보다 홈런 페이스가 좋다. 하지만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다만 브룸바는 최근 들어 국내 투수들의 견제가 부쩍 심해졌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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