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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22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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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나이의 버스 운전사는 할머니가 좌석에 완전히 앉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출발했다. 운전사는 “어디 가시는지, 할머니 걸음으로는 저녁 때나 돼야 도착하시겠어요”라고 농담도 건넸다. 그러자 그 할머니도 “그러니 내가 새벽밥 챙겨 먹고 나왔지요”라고 재미있게 대답해 승객 모두 즐겁게 웃었다.
할머니는 내릴 정류장이 다가오자 미리 출구로 나와 기둥을 잡고 불안하게 섰다. 운전사는 “아직 시간이 좀 걸린다”며 다시 앉으라고 했으나 할머니는 “조금 서 있는 게 다리가 덜 아프다”며 계속 서 있었다. 그러자 한 학생이 일어나 할머니를 부축했다. 정류장에 도착할 때까지 운전사는 속도를 줄여가며 조심스럽게 운행했다. 할머니는 버스에서 내리며 운전사와 승객들을 향해 “고맙습니다”를 반복했고 승객들도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 운전사를 다시 한 번 더 쳐다보게 됐다. ‘아직 세상이 메마르지만은 않구나.’ 아마 그날 버스 안에 있던 승객 모두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세상은 좀 더 따뜻해져야 한다. 그 버스 운전사로 인해 여러 사람들이 유쾌한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이 상 욱 퇴직회사원·광주 북구 동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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