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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16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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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하면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고 했을 뿐 소수 의견을 개진한 재판관과 그 요지를 밝히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소수 의견을 밝힐 수 없는 이유를 결정문 말미에서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법 제34조 1항에 평의를 공개하지 않도록 한 것은 재판관의 개별 의견과 의견의 수도 공개하지 말라는 뜻이며, 예외를 인정하려면 특별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헌법재판소법 제36조 3항에 법률의 위헌심판, 권한쟁의 심판, 헌법소원 심판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는 특별규정이 있고 탄핵심판에 대해선 예외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과연 이 논리가 정당할까? 주심 재판관은 ‘죽을 때까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헌법 해석의 최고기관이 헌법재판소법을 좁게 해석하고, 주심 재판관이 죽을 때까지 밝히지 못한다고 할 정도라면 이는 정상이 아니다. 국민의 이름으로 명령하는 전제권력만큼 무서운 권력도 없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 사회는 비판을 반대로 낙인찍고 위협하는 무서운 군중들이 헌법재판관의 입을 막았을 수도 있다.
▷최고사법기관의 결정은 소수 의견을 명기하는 것이 세계 각국의 공통된 원칙이다. 지나보면 소수 의견이 더 옳았음이 증명된 역사도 있고, 소수 의견을 낸 법관이 ‘위대한 반대자’로 추앙받기도 한다. 우리 조상에게는 목숨을 걸고 왕에게 직언하는 선비정신이 있었다. 헌법재판관이라면 그 정도 용기와 신조는 있어야 한다. 서슬 퍼런 군사독재 하에서 대법관들도 보복을 감수하고 소수 의견을 내지 않았는가? 우리 사회가 소수 의견을 포용하지 못할 정도로 살벌해진 탓인지, 헌법재판관 등 지도자들의 기개가 없어진 탓인지 알 수 없다.
배금자 객원논설위원·변호사 baena@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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