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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10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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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명세서에 따르면 본청의 각 상임위와 의장단 사무실, 의원회관 내의 개별 의원 사무실들을 새로 도장·도배하고 의장공관의 바닥과 커튼을 교체하는 데만 10억원이 넘게 드는 것으로 돼 있다. 여기에다 의장과 사무총장이 초선의원들을 위해 베푸는 오찬, 만찬 비용이 1600만원에 이른다. 의원들에게 나눠주는 서류가방 값만 3500여만원이다.
행사를 하려면 돈이 들게 마련이다.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 또한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다르겠는가. 그러나 고치지 않아도 될 것을 고치거나, 예산에 잡혀 있기 때문에 쓰고 보자는 식은 곤란하다. 사회 전 분야에서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데 세금과 예산을 다루는 당사자가 혈세(血稅)를 낭비한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되겠는가.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의사당 치장이나 요란한 개원식이 아니다. 일 잘하는 국회, 이웃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국회의 모습이다. 의원으로서 누리는 크고 작은 특권과 특혜들, 철도 무료 이용, 공항 귀빈실 이용,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 사용 등에 대해선 입을 다물면서 개원식만 화려하게 치른다면 17대 국회인들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개원식에 앞서 모든 당선자와 국회 사무처는 “의사당의 담장을 허물어 버려야 한다”는 국민의 성난 목소리가 왜 나왔는지 곰곰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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