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高유가 악재’ 이겨내려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내수 침체로 수출에 목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중국 긴축 쇼크’에 이은 또 하나의 대형 대외 악재에 직면했다. 국제 유가가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 심상찮다. 3차 오일쇼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국면이다.

정부는 유가 급등에 따른 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해 교통세와 석유수입부과금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는 물가 상승과 기업 경영난 완화 등을 위해 조기에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정도의 단기대책만으로는 크게 미흡하다.

최근의 유가 움직임이 본격적인 고유가 시대를 예고하는 신호일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3월 국제 유가가 뛰었을 때 정부는 북반구의 난방연료 수요가 줄어드는 2·4분기부터 내림세로 반전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는 안이한 판단이었다. 막연한 희망을 섞어 낙관론을 펼 것이 아니라 ‘유가의 국제정치경제 구조’를 꿰뚫어 보고 고유가의 장기화에 대비한 다각적 지속적 종합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설령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더라도 1986년 이후 10여년간 지속된 저유가 시대의 에너지정책에 안주할 상황은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는 수입량 세계 3위, 소비량 세계 6위의 석유 과(過)의존 국가다. 이런 나라가 ‘유가 시세판’만 쳐다보면서 일희일비하고 있어서는 경제와 민생의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책의 초점은 해외유전 개발 등을 통한 자급률(현재 2%) 제고와 산업구조 고도화를 통한 에너지 소비효율 증대에 맞춰야 한다. 경제규모가 10배나 크고 우리처럼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일본의 석유소비량이 우리의 2.3배에 불과하고 자급률은 7배 이상 높은 것을 보면 길이 없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