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鄭-朴 협약, 문제는 실천이다

  • 입력 2004년 5월 3일 18시 38분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어제 회담에서 ‘새로운 정치와 경제발전을 위한 대표 협약’을 체결했다. 민생 경제부터 챙기고, 부패는 근절하며, 국회는 원칙에 따라 운영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두 대표가 총선 앙금을 씻고 상생(相生) 정치의 새 틀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한 것만으로도 국민에게 힘이 될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이런 회담이 있었지만 합의사항들이 제대로 지켜진 적이 거의 없다. 두 대표도 이를 우려해 전례 없이 ‘합의’ 대신 구속력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협약’이란 표현까지 썼다고 한다. 실천에 왕도는 없다. 총선 민의(民意)를 늘 되새기면서 상호 이해와 양보를 통해 구체적인 현안들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역시 쉬운 것부터 해야 한다. 비(非)이념적, 비정치적인 사안들을 논의해 가다 보면 성과도 있고 차츰 신뢰도 생기게 마련이다. 두 대표의 열의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약’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지적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협약’에 따라 신설될 국회 특별위원회와 기구만도 많게는 10여개에 이를 전망이다.

두 당 지도부나 의원들도 모두 도와야 한다. 사적(私的)인 이해관계나 입각 경쟁, 지도체제 개편을 둘러싼 당 내부 문제가 두 사람의 발목을 잡도록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새 총리 인준이 개원 국회의 대결적 이슈가 되지 않도록 서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신뢰와 인내다. 이번 회담이 신뢰와 상생으로 가는 작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그것은 3김 이후 우리 정치의 새 패러다임을 짤 수 있는 새롭고 강력한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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