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수형/사법개혁委의 ‘與당선자’

  • 입력 2004년 4월 25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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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과 탄핵심판 등의 뉴스에 밀려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현재 법조계에서 가장 중요한 뉴스는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지난해 10월부터 국민이 직접 재판에 참여하는 문제 등 사법의 틀을 새로 짜는 논의를 ‘조용히’ 진행해 왔다.

그 사법개혁위원회가 19일 좀 시끄러웠다고 한다. 이은영(李銀榮·한국외국어대 법대 교수) 제1분과 위원장의 거취 문제 때문이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19일 회의에서 한 위원이 “위원장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 왜 말이 없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한 이 위원장의 대답.

“17대 국회는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다. 그때까지 나는 정치인이 아닌 교수 자격으로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5월 29일 사퇴하겠다.”

이 위원장의 말은 형식 논리적으로는 옳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이미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판사와 검사들이 있는 자리에서 “국회에 등원하면 법제사법위원회를 맡아 사법개혁에 더욱 앞장서겠다”는 ‘정치적 발언’도 했다고 한다.

반면 그가 맡고 있는 제1분과는 대법관과 판사의 임명 및 선발방식 개선, 로스쿨 도입 문제 등 사법의 정치적 독립과 관련된 중요한 안건을 다루는 곳이다. 위원회에는 다양한 사람이 참여하고 있지만 정치인은 처음부터 배제됐다. 사법개혁 논의가 정치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 이원장은 올 1월 법학 교수에게 법관 자격을 주는 문제를 강하게 주장했으며, 결국 이 문제는 사법개혁의 우선 논의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미국식 로스쿨 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로스쿨의 법조윤리 시간에 가장 강조하는 것이 이해관계 충돌(Conflict of interest)시 회피하라는 것이다.

위원회는 법조 직역(職域)의 이기주의를 타파하는 개혁 추진을 그 기본으로 하고 있다.

개혁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개혁의 첫걸음이 아닐까.

이수형 사회1부 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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