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원특권 철폐 말만으론 안 된다

  • 입력 2004년 4월 21일 18시 49분


여야 3당이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의원의 각종 특권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실현만 된다면 국회의 권위주의 문화를 개선해 국회와 국민간의 거리감을 한층 좁힐 수 있을 것이다.

의원이 누리는 크고 작은 특권은 100가지가 넘는다. 대표적인 것이 국회에서 한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특권과 회기 중에는 체포 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특권은 무책임한 폭로와 정치공세의 수단이 되거나, 비리의원을 ‘방탄 국회’의 장막 뒤로 숨겨 주는 역할을 해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회의 행정부 견제를 위해 예외적으로 사용돼야 할 권한이 시도 때도 없이 남용돼 온 것이다.

따라서 당초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들 특권의 악용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인식은 당연하다. 이를 실천하려면 국회법 등 관련법을 손질해야 한다. 무책임한 폭로임이 드러났을 경우 명예훼손이나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을 기분 나쁘게 하는 특권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컨대 국회의사당에 의원 전용 출입문과 엘리베이터를 두고 일반인은 뒷문으로 출입하게 하는 것이 새 시대의 정치에 어울리는 일인가. 공무가 아니면서 항공기와 열차를 무료로 이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어깨의 힘’을 빼겠다는 지금의 의지가 막상 국회가 개원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여야는 충분한 준비와 협의를 통해 개원 직후부터 불합리한 특권이 사라진 새로운 국회상(像)을 선보일 수 있기 바란다. 그것이 17대 국회에 정치 신인을 60% 넘게 당선시켜 준 국민의 뜻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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