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책의향기]시집 ‘푸른…’ 펴낸 가수 이상은씨

  • 입력 2004년 4월 16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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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기자 salt@donga.com
김미숙 기자 salt@donga.com
‘동경을/동경하는가//큰 도시는/다 똑같다.//뉴욕을?//휘파람새같이 노래나 하다가//아무 비행기나 타고//시인으로/죽고 싶다.’(시인의 죽음)

‘보헤미안’ 가수 이상은씨(34)가 첫 시집 ‘푸른 달팽이의 달빛무대 & SOUL’(소담출판사)을 펴냈다. 이 시집은 “뭔가 풀어내고 싶은 숙제가 있어서” 치열하게 방랑했던 그의 20대 시절 ‘영혼의 하강 기록’이다. 미국 일본 한국을 오가며 음악활동을 하던 1992년부터 99년까지 쓴 시 50편이 수록됐다.

14일 그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가난했던 시절 시는 언제나 내 마음을 표현하는 데 가장 좋은 도구였다”며 “노래 가사를 쓰듯이 집이나 카페에서, 또는 공항에서 언제나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시를 썼다”고 말했다.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요즘에는 그런 감수성이 잘 나오지 않아요. 20대에는 저 자신이 갇혀 있는 알을 깨고 나오느라 치러야 했던 서슬 퍼런 고통이 저절로 시가 됐던 것도 같았는데….”

그는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던 1988년 MBC강변가요제에서 ‘담다디’로 대상을 받으며 가수로 데뷔했다. 그러나 인기를 뒤로 한 채 91년 미국 뉴욕으로 훌쩍 떠나 조각과 회화를 공부했다. 일본에서는 7년간 ‘리채’라는 이름으로 라이브 무대에서 활동하며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만들어 갔다. 이후 영국에서도 미술공부를 했던 그는 이제 음악과 미술, 시를 넘나드는 전방위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 있을 때 음악을 하려면 ‘코드 진행법’ 연습보다 책을 읽고 상상을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야 신선하고 자유로운 발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거예요. 요즘에는 작곡할 때 우선 그림으로 그려놓고, 멜로디로 바꾸기도 한답니다.”

그는 97년 귀국 후 홍대 앞의 ‘인디 문화’를 꽃피운 수많은 젊은 멀티예술가들과 상상력의 자양분을 나눠 왔다. 이번 시집의 삽화를 담당한 친구 백현진씨는 인디밴드 ‘어어부프로젝트’의 보컬이자 그래픽 아티스트. 이씨도 지난해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열린 ‘오노 요코전’에서 이야기가 있는 음악회를 열었고, 여러 차례 미술가들과 공동창작 작업을 하기도 했다.

“요즘 재능 있는 젊은 친구들은 한 가지만 하지 않고 어슬렁어슬렁 다니면서 재밌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는 게 특징이죠. 저도 10년쯤 뒤엔 제 그림으로 개인전을 열고 영화도 찍고 싶어요. 저를 표현할 수 있는 도구를 한 가지라도 늘려 나가고 싶은 거죠.”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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