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0/각당 선거공약]票잡기 급급…‘안되면 말고’식

  • 입력 2004년 4월 4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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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정당과 정책선거는 민주주의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다. 건전한 정책경쟁이야말로 국민의 삶의 질과 정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본보와 연세대 국제학대학원(모종린·牟鍾璘 교수팀) 및 아시아재단은 총선후보 및 정책 검증작업의 일환으로 주요 정당이 이번 총선에서 내세운 공약과 정책을 정밀 분석했다.》

각 당의 공약을 종합 분석한 결과 대증요법 중심의 인기영합 처방과 국가 재정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비현실성이 두드러진 특성으로 드러났다. 각 당이 충분한 내부 토론을 거치지 않고 표심 잡기에만 집착한 결과로 보인다.

▽대증요법성 공약=근본적인 처방은 없이 목소리만 높인 정책이 상당수였다. 각 당이 내놓은 부동산 공개념, 개발이익 환수, 장기임대주택 건설 등의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노무현(盧武鉉) 정부 들어 시행된 많은 부동산 대책들이 실효성 없이 국민 부담만 증가시켰는데도 각 당은 경쟁적으로 효과가 의심스러운 부동산 정책을 쏟아놓았다.

이런 대책으로는 금융시장에서 단기성 자금으로 떠돌고 있는 400조원대의 부동자금을 흡수할 수 없을 듯하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이공계 기피현상 해결 방안으로 과학기술자에게 일생 동안 특별연금을 지급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기업이나 국가가 신기술과 신지식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 제도를 강화하면 시장에서 저절로 해결될 문제다.

‘기업살리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지 않는 한 각 당이 내놓은 실업대책의 나열은 격화소양(隔靴搔양)식의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현실성 부족=모든 정당이 찬성한 국민소환제는 취지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 반대자가 일부 주민을 동원하여 당선자를 소환하는 폐해는 선진국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는 만큼 한국처럼 정치적으로 대립이 심한 상황에서는 제도를 악용한 ‘줄소환’ 사태로 정치불안이 상시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쌀시장 개방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미 세계무역기구(WTO)와의 약속에 따라 개방 일정이 임박한 데다 국제정치 현실상 거부할 수 없는 사안임에도 각 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농촌 표를 의식한 영합적 태도다.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분리하자는 한나라당의 연금제 이원화 정책은 한국의 경제상황과 재정적인 감당능력을 감안할 때 요원한 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도 복지제도 개혁과 예산 확대에는 찬성하면서도 보험료 인상과 수급액 축소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의 재정 규모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약이다.

자민련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내건 특검제 상설화 문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공약간 연계성 부족과 상호 모순=정략적 공세와 인기영합적 정책이 오히려 경제에 부담을 남길 우려가 있다. 열린우리당은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감사원 부패방지위원회 검찰 경찰 청와대 등이 유사 기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제도의 신설보다는 기존 제도의 효과적인 운용이 더 효율적이다.

부동산 대책을 표방한 신도시 건설과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업도시 건설 방안도 아무런 정책적 연계대책 없이 산발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각 당은 또 기업살리기를 주장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고용대책과 관련해 기업에 부담과 규제를 가중시키는 모순된 정책을 버젓이 내놓고 있다.

류상영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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