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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6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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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수 게임 사태와 관련해 구단에 제재금 1억원을 부과했다가 한달여 만에 ‘없던 일’로 돌려버린 KBL이 말 한 마디를 빌미로 삼아 직원을 대기발령냈다. 엄격해야 할 일은 적당히 넘어가고 관대해야 할 일엔 서릿발 같은 엄격함을 내세우는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2월20일 SBS가 경기 중 선수들을 불러들여 사상 초유의 몰수게임 사태가 벌여졌을 때만 해도 KBL의 태도는 강경했다. SBS 구단에 규정 최고액인 1억원의 제재금을 부과하고 해당경기 심판은 물론 SBS 코치와 단장에게도 중징계를 내렸다.
그러다 이사회의 요청에 제재금을 3000만원으로 내리더니 올스타전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엔 그 3000만원마저 아예 면제했다. 코치와 심판에게 내렸던 3시즌 자격정지 처분도 올 한 시즌 자격정지로 완화했다.
KBL은 ‘축제인 올스타전을 앞두고 화합차원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럴 바엔 애초에 왜 그리 법석을 떨었는지 모르겠다. 김영기 총재가 자신의 사임까지 발표하며 내린 징계가 아닌가.
그런 KBL이 직원들에 대해선 엄격하기 짝이 없다. 한 간부직원이 신입사원들에게 한 말을 이유로 삼아 대기발령을 내 버린 것.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뒤 가진 뒤풀이 술자리에서 한 ‘너무 조직에 얽매이지 말고 자기개발을 하라’는 말이 문제가 됐다는 것.
이를 두고 KBL 내부에선 그가 평소 ‘몇몇 고위층에 대한 비판을 했다가 밉보였다’는 소문이 나돈다. 징계는 ‘공평’이 생명이다.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줄어드는 징계라면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강자인 구단 앞에선 약하고, 약자인 직원 앞에선 강하다’는 비판을 KBL은 곱씹어봐야 한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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