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발견'…경이로운 자연 그러나, 인간은…

  • 입력 2004년 1월 9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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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지상의 ‘얼굴’은 인간을 감싸안고, 인간과 더불어 생각하며, 인간에 의해 상처받은 모습까지 드러낸다. 아프리카 모리타니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사하라 사막을 걷고 있는 낙타 대상(隊商).사진제공 새물결
하늘에서 바라본 지상의 ‘얼굴’은 인간을 감싸안고, 인간과 더불어 생각하며, 인간에 의해 상처받은 모습까지 드러낸다. 아프리카 모리타니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사하라 사막을 걷고 있는 낙타 대상(隊商).사진제공 새물결
◇발견:하늘에서 본 지구 366/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사진 크리스티앙 발메 외 글 조형준 정영문 옮김/729쪽 3만3900원 새물결

하늘에서 ‘지구의 초상(肖像)’을 발견한다.

마다가스카르의 곡물지대를 침략한 메뚜기 떼, 브라질 코파카바나 해변의 서퍼,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의 맹그로브 숲이 선사한 녹색의 하트 등이 프랑스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58)의 뷰파인더에 잡혔다.

1995년 유네스코의 후원을 받아 시작한 ‘하늘에서 본 지구(The Earth From The Air)’ 프로젝트를 통해 아르튀스 베르트랑은 지금까지 150여개국의 상공에서 30만장이 넘는 사진들을 찍었다. 지금도 그는 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스웨덴 예테보리 시 북쪽 굴홀멘 마을(위)과 마다가스카르 섬의 목초지를 뒤덮은 메뚜기 떼(아래).

하늘에서 담아 낸 지구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뿐 아니라 인간의 개발이 남긴 볼썽사나운 흔적까지 그대로 드러낸다. 사진작가는 지구와 지구의 변화를 다루는 장대한 지리학적, 과학적 조사에 뛰어든 셈이다.

책에 실린 세계 곳곳의 사진 366장에는 각각 설명이 붙어있다. 사진작가는 사진설명을 꼭 읽으라고 자신의 홈페이지(www.yannarthusbertrand.com)에서 조언한다. 사진이 갖고 있는 ‘의미’를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인도 자이푸르 하늘 위에서는 전통 여성의상(사리)용 천을 노란색으로 물들여 거대한 띠처럼 말리는 모습을 찍었다. 작가는 결혼한 여성만이 ‘사리’를 입을 수 있다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짚어준다.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의 화산 분출구 사진에는 이곳에서 영감을 얻어 진화론을 발전시킨 찰스 다윈을 불러온다.

아르튀스 베르트랑은 1999년 ‘하늘에서 본 지구’를 처음 출간한 후 매년 사진과 사진설명을 지속적으로 갱신해오고 있다. 사진설명은 농업경제학자 이사벨 들라누아와 과학분야 기고자들이 팀을 이뤄 작성하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한다.

아르튀스 베르트랑에게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볼 수 있는 눈을 열어준 것은 사자 가족이었다. 영화 조감독과 배우로 청년기를 보낸 그는 30세 때 아내 앤과 케냐로 떠났다. 당시 그는 사진작가가 아니었다. 열기구 조종사로 3년간 사자를 쫓아다니면서 비로소 사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사진을 통해 이야기하고, 글로 전달하기 불가능한 것들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연은 마음대로 소도구를 옮길 수 있는 ‘무대’가 아니었고, 사자에게도 포즈를 취하라고 할 수 없었다. 이때의 경험은 그에게 촬영의 두 가지 원칙을 심어주었다. 바로 ‘꾸밈없음’과 ‘진정성’이다.

아르튀스 베르트랑은 2월 중순경 ‘환경과 평화’라는 테마로 한국을 촬영하기 위해 방한한다.

☞'하늘에서 담아낸 지구' 전체 화보 보기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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