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 국제기준에 못 미치는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바로잡아 사용자의 권한과 근로자의 권리를 동시에 신장한다는 복안이다.
▽사용자 권한 강화=해고가 쉬워진다. 경영상 긴박한 필요에 따라 정리해고를 할 때 노조나 근로자대표에게 60일 전까지 통보, 협의하도록 돼있는 것을 해고 규모 및 비율에 따라 ‘60일 이내’로 완화한다.
부당해고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형사처벌 규정이 삭제되고 부당해고자의 원직 복직이 객관적으로 어렵다고 인정되면 회사가 금전으로 보상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임금삭감 등 근로조건 하향 변경 제안을 거부하는 근로자를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변경해지제도’의 도입도 검토된다.
노조에 대한 힘도 세져 쟁의행위의 합법 불법 여부에 관계없이 직장폐쇄를 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명시된다.
또 노조가 합법파업을 벌일 경우 인력 부족으로 경영에 차질이 생겨도 사업장 외부인력을 쓸 수 없었으나 앞으로는 공익사업장에 한해 신규채용, 하도급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
노사협의회 활성화를 위해 근로자위원 선출방식이 ‘노조 위촉’에서 ‘근로자 투표’로 바뀐다. 이 경우 노조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져 사용자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 권리 신장=다니던 회사가 다른 기업에 양도될 경우 고용승계가 보장된다. 지금은 법령에 명문규정이 없어 노사간 다툼이 잦았다.
현행법은 2007년부터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측의 급여 지원을 금지하고 있지만 예외를 둬 노조의 규모에 따라 지원이 허용되는 전임자 수를 법으로 정한다.
예컨대 노조원 200∼500명인 경우 1명, 501∼1000명은 2명에 한해 급여를 지원하는 식이다.
현재 ‘근로조건의 결정’에 한정되는 노조의 교섭 및 쟁의대상에 조합비 공제, 조합 활동 보장, 노조에 대한 편의제공 등 조합 활동에 관한 사항이 추가된다.
불법파업에 대해 사용자가 손해배상청구 가압류를 하더라도 신원보증인은 유한(有限)책임을 지고 노조원의 최저생계 및 노조의 존속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수입은 손해배상, 가압류 대상에서 제외된다.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뒤 10일(일반사업장) 또는 15일(공익사업장)이 지나지 않으면 합법적으로 파업을 벌일 수 없도록 한 ‘조정 전치주의’가 폐지된다. 또 노동위원회가 직권중재에 회부하면 파업을 벌일 수 없는 ‘필수공익사업장’도 없어진다.
▽대기업 노조 견제=로드맵 내용에는 노조, 특히 대기업 노조를 무력화하는 장치가 일부 포함돼 있다.
노조의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위촉권을 박탈하는 것 외에 ‘유니언숍’ 완화 또는 폐지도 힘센 노조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다. 유니언숍이란 근로자의 3분의 2를 대표하는 노조가 있을 경우 신입사원이 입사할 때 의무적으로 노조에 가입해야 하고 탈퇴하면 해고해야 하는 제도로 2002년 현재 전체 노조의 44%가 유니언숍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단결하지 않을 자유’를 인정해 단위사업장 내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2007년 이후에는 다른 노조를 새로 만들거나 가입해도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다.
또 대기업 노조가 분규를 일으킬 경우 공익사업장에 준해 노동위원회의 ‘특별조정’ 대상에 포함되고 노사 당사자의 신청이 없어도 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조사에 나서며 그 결과를 공표하게 된다.
아울러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상급 노동단체와 대기업 노조의 수입 및 지출명세 등을 외부 회계법인이 감사해 결과를 공표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노사관계 법 제도 주요 개선방안 | ||
쟁점 | 현행 | 개선방안 |
단결권 | ||
실업자의 조합원 자격 | ·조합원 자격 및 임원자 격 제한 | ·초(超)기업단위 노조에 한해 인정·기업단위 노조는 해당기업 종업원으로 제한 |
전임자 급여 지원 | ·금지. 지원시 사용자 처벌(2006년까지 유예) | ·노조 규모별로 지원할 수 있는 전임자 수를 법령에서 정함 |
부당노동행위 | ·사용자 형사처벌·노동위원회 구제명령 | ·노조 부당노동행위는 신설 안함. 개별 규정에서 행위준칙 명시·구제명령의 실효성을 강화. |
단체교섭 | ||
복수노조(교섭 창구) |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 마련, 2007년 허용 | ·조합원 과반수 노조가 단일 교섭창구(1안), 조합원 수에 비례하는 교섭위원단 구성(2안) |
단체협약 유효기간 | ·최장 2년 | ·노사 자율로 협약기간을 정하되 3년을 초과하는 협약의 경우 3년이 지난 뒤 노사 일방이 6개월 전에 통보, 해지 가능 |
제3자 지원 |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 | ·폐지 |
쟁의행위 | ||
직장폐쇄 | ·합법 파업에 한해 가능 | ·쟁의행위의 합법 불법을 막론하고 허용 |
대체근로 | ·사업장 인력으로만 가능 | ·공익사업에 한해 외부인력 대체근로 허용 (단 파견인력은 금지) |
손해배상 가압류 | ·신원보증인 연대책임·급여채권의 50% 압류 금지 | ·신원보증인 유한 책임. 가압류시 노조의 존립 및 근로자 생계보장 고려 |
분쟁조정 | ||
조정절차 | ·조정 전치주의 (일반 10일, 공익 15일) | ·조정 전치주의 폐지. 단 공익사업은 7일 이상 파업예고 의무화·노동위원회는 노사의 교섭개시 통보를 받은 뒤 간이조정, 일반조정, 특별조정 가능 |
필수공익사업 | ·병원 전기 수도 가스 철도 석유 한국은행 등·직권중재 대상 | ·폐지. 단 파업 때도 필수업무는 유지해야 함. 필수업무인력 파업 참가시 복귀명령 |
긴급조정제도 | ·30일간 쟁의행위 중지·조정 실패시 강제 중재 | ·긴급조정기간 60일로 연장·강제 중재는 현행 유지 |
노사협의회 | ||
근로자위원 선출 | ·조합원 과반수 노조에 근로자위원 위촉권 부여 | ·투표로 근로자위원 직접 선출 |
사전 정보제공 | ·회의 7일 전 사전 통지 | ·사전 통지기간 10일로 연장·협의 의결사항 관련 사전 자료요청권 부여 |
비밀 유지의무 | ·의무는 있지만 벌칙 없음 | ·위반시 처벌 |
의결사항의 효력 | ·효력규정 없음·미이행시 벌칙 | ·취업규칙과 같은 효력이 있음을 명시·벌칙규정은 삭제 |
해고, 고용승계, 임금체불 등 | ||
부당해고 | ·노동위원회 구제명령·5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 | ·화해제도 등 구제방식 다양화·형사처벌 규정 삭제 |
경영상 해고(정리해고) | ·근로자 대표에 60일 전 통보 | ·60일 이내에서 해고규모, 비율별로 차등화·도산절차 기업은 정리해고요건 완화 또는 적용 배제 |
고용승계 등 기업변동시 근로관계 | ·명문규정 없음 | ·사업양도시 고용승계원칙 명문화·고용승계시 근로자 채권보호 강화 |
임금체불 | ·형사처벌 위주 | ·처벌규정은 친고죄(親告罪)로 전환·지연이자제 도입 등 경제적 제재 강화 |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향후 절차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각별한 관심을 모은 노사관계 법 제도 개선 방안을 만든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노동부로부터 연구를 위탁받은 노사관계제도선진화연구위원회.
노동부는 연구위원회의 의견을 하나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노사정위원회에 그대로 보고해적어도 외형상으로는 정부안이 아닌 셈이다.
대학 교수,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등 15명으로 구성된 연구위원회는 이번 안을 마련하는 동안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 쟁점마다 성향이 다른 위원들이 대립하는 바람에 결국 표결을 통해 방안을 정리했다는 후문.
따라서 4일 공개된 법 제도 개선 방안이 그대로 정책에 반영된다고 볼 수는 없다.
김금수(金錦守) 노사정위원회 위원장도 “벌써부터 노사 모두 한 쪽에 치우친 방안이라는 불만이 나오지만 이는 학자들의 의견에 불과하며 확정된 정부안이 아니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18차례에 걸친 연구위원회 회의 때마다 노동부 공무원들이 배석해 직간접으로 의사표시를 했다. 또 관계 부처가 수시로 모여 토론을 벌였다는 점에서 법 제도 개선 방안의 의미를 지나치게 평가 절하할 필요는 없다는 게 연구위원회 위원들의 견해.
노사정위는 노-사-정 대표들이 참여하는 소위원회를 구성해 각각의 쟁점에 대해 합의를 유도할 계획이다. 합의가 이뤄지면 합의한 대로, 의견이 끝내 엇갈리면 논의 결과만을 정부에 이송하며 노동부는 이를 토대로 내년 중 법 제도 정비를 추진할 예정이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법 제도 개선 핵심쟁점 관련 노사 손익계산서 | ||
노동계 | 쟁점 | 경영계 |
O | 실업자 조합원자격 일부 인정 | X |
O | 사측의 전임자 급여 일부 지원 | X |
X | 유니언숍 제도 완화 또는 폐지 | O |
O | 교섭 및 쟁의대상 확대 | X |
X |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 O |
X | 직장폐쇄 및 대체근로 요건 완화 | O |
O | 손해배상 및 가압류시 노조 존립, 근로자 생계보장 | X |
O | 필수공익사업 개념 및 직권중재 폐지 | X |
X | 긴급조정기간 연장 | O |
X |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출방식 변경 | O |
X | 정리해고시 근로자대표 협의기간 단축 | O |
O | 임금체불 때 경제적 제재 강화 | X |
O는 유리, X는 불리하다는 뜻. 현행 법 및 제도와 비교할 때 노사 어느 쪽에 유리한지를 정리한 것으로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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