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법파동’은 막아야 한다

  • 입력 2003년 8월 15일 18시 22분


코멘트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 터져 나온 젊은 법관들의 반발에 일부 부장판사와 직원들까지 가세할 조짐을 보여 ‘사법파동’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대법원의 구성이 기수와 서열을 중시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여성과 젊은층, 재야 법조계에도 문호가 열려야 한다는 젊은 법관들의 주장에 경청할 만한 대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대법관 제청권자인 대법원장을 포함해 다수 대법관이 2, 3년 안에 임기를 마치게 되므로 그들의 의견이 반영될 기회는 남아 있다.

헌법상 대법관 제청권은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밀실에서 진행되던 제청절차를 공개해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진일보한 노력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다만 3명의 후보가 모두 법원 내부인사이고 연공서열에 치우친 선발이어서 대법원 구성의 변화를 바라는 요구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다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분리된 사법제도에서 민형사 분쟁의 최종심 기능을 하는 대법원은 재판전문가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반영될 필요성이 더 급한 쪽은 헌법적 가치를 심판하는 헌법재판소이다. 최종영 대법원장이 이달 말 진행될 헌법재판관 1명의 지명 절차에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겠다고 밝힌 것도 헌재의 기능을 염두에 둔 뜻일 것이다.

헌법은 대법관의 제청권(대법원장) 동의권(국회) 임명권(대통령)을 분리해 3부의 견제와 균형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새 대법관의 자질과 덕목 그리고 임명 절차에서 핵심적으로 고려돼야 할 가치는 사법부의 독립이다.

처음으로 실시된 대법관 제청자문 과정에서 표출된 사회 각계와 젊은 법관들의 견해는 사법부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에 따른 대법원장의 권한 행사에 반발해 법관 집단사표 혹은 대법원장 퇴진운동으로 번지는 사태는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법파동’으로까지 가서는 안 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