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열사의 노래'…"왜적 망하고 광복되는 날…"

  • 입력 2003년 8월 15일 17시 41분


◇열사의 노래/김정민 엮음/405쪽 1만원 비단길

조선의 열사들이 눈물로 써 내려간 유언과 시가 오롯이 담긴 ‘열사의 노래’가 광복절에 즈음해 출간됐다.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1879∼1910)로부터 일제강점기 군법정에서 제국주의자들을 준열하게 꾸짖은 한성수 광복군 대원(1920∼1945)까지, 온몸으로 일제에 투쟁하다 광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열사들의 육성이 책갈피마다 우렁우렁 울린다.

고뇌하는 가운데 이들이 빚어낸 시문과 행적은 정전 50주년을 맞은 지금 이곳의 후손들에게 올바른 삶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된다.

윤봉길 의사(1908∼1932)가 두 아들 모순과 담에게 남긴 유시(遺詩) ‘강보에 싸인 두 병정에게’는 광복에의 염원과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너이도 만일 피가 잇고 뼈가 잇다면 반다시 조선을 위하야 용감한 투사가 되여라 태극에 기발을 높피 드날니고 나의 빈 무덤 압헤 차져와 한 잔 술을 부어노으라….’

1909년 이토를 권총으로 쏜 뒤 안 의사는 하늘을 향해 ‘대한독립만세’를 크게 세 번 외쳤다. 그는 1910년 3월 순국하기 전 두 아우와 프랑스인 홍석구 신부에게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에 묻어두었다가 우리 국권(國權)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返葬)해 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마땅히 우리나라의 국권회복을 위하여 힘쓸 것이다.…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이 밖에도 이 책에 실린 모든 독립운동가들의 글에는 절절한 기원과 외침이 담겨 있다.

‘표연히 이 한 몸이 만 리 길 떠나갈 때/배 안에 모두 원수이기에 벗할 이 뉘 있는가/…이미 정한 이 걸음은 평생의 뜻이기에/다시는 고국 향해 돌아갈 길 묻지 않으리.’ (독립운동가 김지섭이 간토대학살로 희생된 동포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일본으로 가는 선상에서 쓴 시)

‘나라 없는 몸 무덤은 있어 무엇 하느냐/내 죽거던 시신을 불살라 강물에 띄워라/혼이라도 바다를 떠돌면서 왜적이 망하고/조국이 광복되는 날을 지켜보리라.’(독립운동가 김동삼의 마포감옥 옥중유언)

이 책의 저자(서울방송 제작본부 드라마 프로듀서)는 서문을 통해 “열사들의 귀한 이야기를 접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며 “어째서 우리 교과서들은 나라를 지키려고 목숨 바친 열사들을 무시하고 있는가”라며 안타까와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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