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두산 이리키 “난 선발체질”

  • 입력 2003년 8월 14일 18시 11분


두산의 일본인 용병 투수 이리키 사토시(36·사진)의 노장 투혼이 뜨겁다. 이리키는 13일 문학에서 열린 SK전에서 시즌 두 번째 완투승을 따냈다. 4회에 연속 2루타를 맞긴 했지만 특유의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앞세워 5안타 1실점만을 내주고 삼진 5개를 잡으며 완투승. 이날 현재 5승6패5세이브에 평균자책은 3.38에서 3.17로 내려갔다.

이리키는 한국 프로야구 첫 일본인 용병. 90년 긴테쓰에 입단해 일본에서 통산 35승30패, 평균자책 4.25를 기록했다. 2001년엔 야쿠르트 선발로 10승3패를 거두며 팀에 일본시리즈 우승을 안긴 주인공.

두산 김인식 감독은 당초 그를 마무리로 점찍었다. 그러나 개막 후 팀이 연패에 빠지는 바람에 써먹을 기회가 없었고 이리키도 한국 야구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그의 활약상을 담으려던 일본 TBS TV 취재진은 지난 4월 22일 첫 세이브를 따기까지 무려 한 달여를 기다려야 했다. 5월말까지 21게임에 출장했으나 3패5세이브의 초라한 성적. 6월 들어 김 감독은 대결단을 내렸다. 이리키를 선발로 보직변경 시킨 것. 결과는 ‘대박’이었다.

이리키는 최근 3경기에 선발로 나와 26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4실점했다. 최일언 코치(42)는 “제구력이 뛰어나고 체력 안배를 잘하는 이리키는 선발투수에 맞는 스타일이다. 예전의 선동열을 떠올리게 하는 회전이 강하고 각도가 센 슬라이더를 국내 타자들이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리키는 한참 연하인 팀 동료들과도 허물없이 지낸다. 최근엔 홍성흔(26) 집에서 저녁을 같이 하기도 했다. 한국어는 아직 못하지만 “김치찌개가 제일 맛있다”는 이리키는 김치처럼 매운 투구로 다시 한 번 전성기를 열고 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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