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82…아메 아메 후레 후레(58)

  • 입력 2003년 8월 1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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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밀양 보통학교 5학년인 영자는 하카다 사투리를 쓰는 일본 남자에게 일본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고 조선철도에 오른다. 열차는 안둥역에서 만주 철도로 바뀌고, 그때 올라탄 교사는 만주 개척의 이념을 거창하게 늘어놓는다. 펑톈에서 내린 영자는 난생 처음 오므라이스를 먹는다. 그날 밤 다롄에 도착, 일본 사람들이 건설해 놓은 거리를 바라본다.

바다다! 파도 너머에 또 파도가 있고, 그 너머에 또 파도, 파도, 파도, 파도, 파도! 너무 너무 넓다, 끝이 안 보인다. 심호흡을 하는 사람의 가슴처럼 부풀어 올랐다가는 편평해지고, 파랗고 커다란 동물 같다! 바다다! 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목구멍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소녀는 두 손을 좍 펴고 열 손가락에 힘을 준 채 바다와 마주하였다. 하얀 파도가 부서질 때마다 출렁이는 빛이 소녀의 가슴속까지 파고들어, 고동의 간격을 조금씩 늦추고, 마음의 웅덩이에서 부침하는 두려움과 놀람과 불안과 슬픔을 빛으로 묶어 파도 위로 내던졌다. 소녀는 뜨겁고 눈부신 그 무엇이 온몸 속을 달음박질하며 빛나는 것을 느꼈다. 아유 눈부셔! 하지만 눈은 감지 않을 거야, 이렇게 기분이 좋은걸! 더 더 많은 빛을! 소녀는 머리를 한껏 뒤로 젖혔다가 천천히 턱을 당기면서 하늘과 바다 사이에 있는 한 줄기 선을 응시하였다. 저 하얀 선이 수평선이라고 하는 건가봐. 바다는 하늘처럼 한없이 푸른데 덩굴손이 닥지닥지 붙어 있는 제방에는 철썩철썩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고, 죽은 해파리들이 기름 막에 떠서 파도에 끌려 이리저리 오가고 있다. 바람에 소녀의 머리칼과 셔츠와 치맛자락이 펄럭이고, 땀방울이 돋아 있는 이마는 강바닥 작은 돌멩이처럼 매끈매끈하다.

소녀는 바다를 쳐다보면서 몸을 굽혀 오른손을 허벅지로 뻗었다. 자는 동안 긁어서 피가 배어 있는데도 길게 자라 거뭇거뭇해진 손톱으로 모기 물린 자리를 긁었다. 그리고 바닥이 떨어져 너덜거리는 고무신을 벗고 맨발로 폴짝 뛰어 밧줄을 잇는 녹슨 고리 안에 오른발을 넣고는 노래를 부르며 고무줄놀이를 흉내 냈다.

아메 아메 후레 후레

카아상가

자노메데 오무카이

우레시이나

핏치핏치 찻푸찻푸

란란란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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