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도둑의 문화사'…소매치기는 왜 칼을 쓰지 않나

  • 입력 2003년 5월 23일 17시 15분


◇도둑의 문화사/도둑연구회 지음 송현아 옮김/269쪽 1만3000원 이마고

19세기 일본 오사카의 암흑가에서는 ‘소매치기’와 ‘지갑털이’가 구분됐다. ‘소매치기’는 손끝의 기민함에 의존한 반면 ‘지갑털이’는 칼을 사용했다. 소매치기 사회에서 칼을 쓰는 것은 천시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16세기 런던에서도 비슷한 차별이 있었다. 소매치기는 스스로를 신사라 여겨 혹시나 ‘지갑털이’로 오해받을까봐 칼을 휴대하기 꺼렸다.

칼을 쓰는 것이 효율적인데도 왜 소매치기들은 이런 차별을 두었을까. 이 책은 “도둑질도 편리라는 측면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행동, 즉 문화 현상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도둑연구회’는 도둑질의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논의하기 위해 일본의 교수 5명이 만든 모임. 프랑스 문학, 프랑스 역사, 영국 문학, 일본 민속학, 중국사 등 교수 각각의 전공을 통해 도둑질의 문화적, 사회적 의미를 끌어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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