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천광암/재산세 인상의 득실

  • 입력 2003년 5월 12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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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요즘 재산세와 종합토지세의 과세표준(과표)을 올리는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빈부격차 및 차별 시정 기획단’은 현재 30% 수준인 재산세 과표현실화율을 5년간 50%로 끌어올리겠다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지난달 16일 보고했다. 또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는 9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재산세를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지방세에서 국세(國稅)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산세 과표를 개선하자는 기본취지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 안에 이견이 별로 없다. 과표의 시가 반영률이 지나치게 낮고 지역간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금까지 내세운 명분이나 구체적인 방안에는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과표현실화율 인상 명분으로 ‘빈부격차 해소’와 ‘부동산투기 억제’를 내세우고 있다. 기획단이 밝힌 방안대로 과표현실화율이 30%에서 50%로 높아지면 과표는 약 67% 인상된다.

재산세액은 훨씬 큰 폭으로 증가한다. 예컨대 현재 과표가 2000만원인 사람은 9만6000원에서 5.5배인 52만6000원으로, 3000만원인 사람은 35만6000원에서 4.4배인 156만3000원으로 각각 늘어난다. 또 4000만원인 사람은 85만6000원에서 3.2배인 273만2000원으로 증가한다. 이처럼 과표가 낮을수록 세금인상률은 더 높다. 즉 빈부격차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심해지는 셈이다.

물론 과표 구간과 세율을 함께 조정하면 이런 문제점을 없앨 수 있다. 하지만 기획단은 과표 구간이나 세율 조정에 관한 언급 없이 과표현실화율 인상 방안만 발표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재산세 인상을 부동산투기 억제대책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재산세를 올리면 집에 대한 수요가 줄어 부동산 가격 안정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지만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 견해도 적지 않다. 또 재산세 인상이 월세 등에 전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정부가 재산세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릴 때 나타날 조세저항이다. 집을 팔아 남는 돈으로 내는 양도소득세와 달리 재산세는 소득이 있든 없든 가리지 않고 집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매년 내야 한다.

더구나 최근 몇년 동안의 ‘부동산투기’는 외환위기 후 국내 경기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조장한 측면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을 잡기 위해 ‘고통주기식(式)’ 과세에만 매달린다면 순순히 따를 납세자가 얼마나 될까.

천광암 경제부 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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